[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뉴욕대(NYU) 머니마케티어스 행사에서 "약 2주 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경기와 노동시장 관련 하드 데이터(객관적 수치 기반 지표)와 소프트 데이터(심리 및 기대에 기반한 설문 지표) 모두 경제의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경제는 여전히 성장 중이지만 그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됐고, 연준의 고용 목표에 대한 위험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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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사진=블룸버그통신] |
그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며 연준은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하며, 기준금리가 장기 중립 수준으로 간주되는 3%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정책 기조는 여전히 긴축적이라며 추가 인하 여지도 열어뒀다.
또한 "7월에 선제적으로 인하한 뒤, 이후 고용이나 물가 지표가 추가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동결하면 된다"며, "반면 경기 둔화가 더 가속될 경우 9월이나 그 이후로 미루는 것은 정책 대응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은 고정된 경로를 따르지 않으며, 매 회의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월러는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공개 지지한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임명했으며,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7월 인하는 정치적 고려와는 무관하다"며,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판과 선을 그은 바 있다.
반면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쿠글러 이사는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 연설문을 통해 "관세가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현 수준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실업률이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고,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했으며, 상품 물가가 관세로 인해 오르고 있다"며, "이러한 제약적(긴축적) 정책 기조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쿠글러는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5월 2.3%에서 6월 2.5%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근원 PCE는 2.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수치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그는 "일부 기업들이 아직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있다"며, 재고 부담과 무역정책의 잦은 변화가 가격 반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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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나 쿠글러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달 인하 지지 위원은 2명뿐…대세는 '동결'
월러 이사 외에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알려진 미셸 보먼 부의장도 최근 "7월 인하 검토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지만, 현재 연준 내부 분위기는 대체로 '동결'에 무게가 실려 있다.
FOMC는 총 12명의 투표권자를 두고 다수결로 금리 정책을 결정한다.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 7명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상설 투표권을 가진다.
이외에 11개 지역 연은 중 4명의 총재가 매년 교대로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올해는 시카고(오스틴 굴스비)·보스턴(수전 콜린스)·세인트루이스(알베르토 무살렘)·캔자스시티(제프리 슈미드) 연은 총재가 이에 해당한다.
지금까지의 공개 발언을 종합하면, 대다수 지역 연은 총재들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관세로 인한 물가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뚜렷하다.
시장에선 7월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9월을 첫 인하 시점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월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도 '연내 2회 인하' 전망을 낸 인사가 8명, 1회 인하 2명, 3회 인하 2명, 반면 동결을 예상한 인사도 7명에 달했다.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올해 두 차례 인하는 합리적인 시나리오"라고 언급하며 시장 예상에 힘을 실었다.
연준은 이번 주말부터 회의까지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다. 이달 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과연 월러의 주장대로 선제적 완화에 나설지, 쿠글러의 우려처럼 긴축 기조를 유지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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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사진=로이터 뉴스핌]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