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자동차 품목 관세 '15%'로 결정
현대차·기아 연간 합산 영업익 감소폭 5조~6조원 규모 전망
'패스트 팔로워'·현지화 가속 등 적극 대응 방침
정의선 직접 발표한 210억 달러 대미 투자 규모 증액 여부 관심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기존 25%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며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계에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됐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15%는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완성차 경쟁사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현대차·기아는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토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 등과 같은 조건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했던 210억 달러(한화 약 30조원) 대미 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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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로이터=뉴스핌]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미국 연방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자리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
현대차·기아는 31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 15% 합의 결정에 대해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한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이날 관세 협상 결과 발표 후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협상단을 접견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한국이 완전하고 포괄적인(Full and Complete) 무역합의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산 제품에는 한국 측이 어떤 관세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알렸다.
이날 협상 결과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던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도 15%로 최종 결정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2.5%의 관세를 적용받았던 일본과 달리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아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본이 적용받는 관세율 15%보다 2.5%p(포인트) 낮은 12.5%를 적용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2.5%를 마지막까지 주장했지만 거기까지였다"며 "(12.5%를 관철하려면) 여러 틀이 흔들려서 (타결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한미 FTA 관세효과가 사라 대한 대응에 "15%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는 다각적 방안을 추진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EU의 전례로 어느 정도 예상됐던 15%로 관세율이 확정되며 자동차 업계는 큰 혼란 없이 향후 대응 전략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영업이익 감소폭이 줄긴 하지만 여전히 연간 수조원 규모 영업이익 감소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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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분석에 따르면 15% 관세율에서 현대차·기아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은 5조~6조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25%가 유지됐다면 예상되는 감소폭은 9조~10조원 수준으로 급증한다.
한화투자증권은 15% 관세율에서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5조6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지면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이 약 6조5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후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관세율 25%'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상태에서 상황이 2분기 보다 더 어려워질 하반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관세 영향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2분기는 풀코스로 관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 관세 영향으로 3,4분기에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기아도 "미국의 관세 영향을 5월부터 받기 시작했다.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관세라는 외부 변수가 없었다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율에 대한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하반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새로운 전략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에 기반한 가격 전략, 현지화 전략, 인센티브 축소 등 다방면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단기 대응 방안으로는 경쟁사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인센티브와 가격전략을 실시하고, 재료비, 가공비 절감은 물론 부품 변경을 추진해 생산 효율화를 통한 근본적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새로운 전략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관세에 따라서 가격 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아도 "미국 생산 물량은 전적으로 미국 내에 먼저 공급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며 "한국에서 생산한 물량은 캐나다 등 다른 시장으로 수출을 돌려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관세 영향이 있었지만 회사의 적극적인 대응은 없었던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인센티브 축소, 부품 관세 환급 등 다양한 차원으로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전략과 별도로 이번 관세 협상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한화 약 486조원) 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키로 하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규모가 늘어날지도 관건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배석한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에 현대제철 제철소 건설 등을 포함한 총 210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후 3500억 달러 투자 펀드와 관련해 "이 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앞으로 2주 안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양자회담을 위해 방문할 때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