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회계처리 논란' 국회 토론회 열려
감독규정 통한 자의적 회계 허용, 위법 주장
"국내 모든 보험사에 적용한 회계, 문제 없어"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법적인 해석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회계처리상 '관계기업'(지분법 평가 적용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은데 대한 문제 제기와 과거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 대한 배당 여부까지 나온다.
김성영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18일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남근·이강일·이정문 의원과 경제민주주의21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정부가 상위법에 위임 없이 하위 보험업 감독규정을 통해 자산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한 것은 헌법이 금지한 포괄위임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계약자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해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보좌관은 19~22대 국회에서 이종걸, 박용진, 이용우 의원실 등을 거치며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과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 수익 환수법) 등 굵직한 법안 발의를 실무에서 주도한 '삼성통'으로 꼽힌다.
◆ 배당 소극적 지적에..."모든 보험사에 적용 기준"
문제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현행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전체 자산의 3%로 제한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 중이다. 감독당국은 보험법의 하위 규정인 보험업감독규정을 통해 해당 주식을 취득원가(5444억원)로 평가하도록 해 법 위반 논란을 피해왔다. 그러나 시가 기준으로는 36조원을 넘어서며 3% 규제를 초과한다.
김 전 보좌관은 "이 같은 감독규정은 행정규제기본법상 위임의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계열사 주식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유배당 계약자 배당에는 소극적이라며 "이로 인해 계약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2항의 규정에 따른 고시로 위임이 가능한 범위는 법령에서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관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보험업법 제106조에는 고시로 위임을 하도록 요청한 내용이 없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신병오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는 "삼성생명 만이 아니라 (국내) 모든 보험사들이 일탈 회계를 적용한다"며 "우리나라는 IFRS17을 급격하게 도입했고 감독과 회계가 동시에 적용됐기 때문에 일탈 회계 적용은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생명은 2000년대 초반 판매한 유배당 계약 상품에 대해 6~7%의 확정금리로 배당했다"며 "유배당 계약자 비율은 20%에 불과한데, 보험사들이 과거 유배당 계약자들만 보고 (주식매각을) 할 수는 없다. 배당을 하게 되더라도 30%만 계약자에게 가고, 70%는 주주에게 간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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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김성영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남근·이강일·이정문 의원과 경제민주주의21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자로 나서 발언 중인 모습. [사진=이윤애 기자] 2025.08.18 yunyun@newspim.com |
◆ '지분법' 미적용 논란도 불거져
최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15.43%까지 확보하며 자회사 편입이 이뤄졌지만 회계처리상 '지분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회계기준상 20% 미만의 지분이라도 유의적 영향력이 있다면 지분법 평가가 가능한데 시민단체는 두 회사 간 인사 교류 및 공동 투자 등을 근거로 이를 주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2분기 실적발표 공시를 통해 삼성화재를 지분법이 아닌 기존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FVOCI)'으로 분류했다. 삼성생명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 당사가 삼성화재에 유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사실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혁 회계지배구조투명성센터 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공동 플랫폼 운영, 공동 펀드 투자, 인사 교류 등으로 유의적 영향력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지분법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삼성생명법 통과에 최선"…국회 역할 본격화
민주당은 관련 논란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도 예고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이번 문제는 삼성생명이 1980년대 180만명에게 유배당 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됐다"며 "삼성생명이 보험 계약자들이 낸 돈으로 삼성전자, 삼성화재 등 계열사 주식을 매수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지탱해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논란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통해 보험계약자 보호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을 대표 발의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상당한 수준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