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체질개선 경험' 풍부한 경제관료
법과 제도의 벽..."재정 전문가 필요"
측근 논란보다 성과가 관건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경기주택도시공사(GH) 신임 사장에 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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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 [사진=경기도] |
23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해보면, GH는 지난달 4일부터 21일까지 사장직을 공개 모집했으며 총 8명이 지원했다. 이후 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2명의 최종 후보를 도에 추천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 가운데 김 전 부지사를 낙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따라붙지만, GH 안팎에서 주목하는 건 인연보다 '경제통'의 실력이다.
◆ 수도권 주택공급 최전선, GH의 무게감
GH는 자본금 2조 5558억원(2025년 기준)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49조 4천억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7조 6천억원)에 비하면 작다. 하지만 단순한 덩치 비교로는 의미가 없다. 2기 신도시 9만 3000호, 3기 신도시 5만호 공급을 책임지는 GH는 수도권 주거안정의 최전선에 서 있는 공기업이다.
2027년 창립 30주년을 앞둔 GH는 SH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 관건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 확보와 제도 개선, 조직 내실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 사장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다.
◆ 법과 제도의 벽..."재정 전문가 필요"
GH가 안고 있는 구조적 제약은 만만치 않다. 정부로부터 임대주택 건설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LH는 이를 '자본'으로 인정받는 반면, GH는 '부채'로 처리된다. 장부상으로 재정부실 기관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이른바 '차별적 회계 구조'다.
부채비율 관리 기준도 불리하다. LH는 최대 500%까지 부채비율을 인정받지만 GH는 법상 400%, 행정안전부 지침상 350%로 묶여 있다. 사업 확장이 절실한 시기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임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분적립형 주택 역시 제도 개선 없이는 확산이 어렵다. 국토부와 금융위가 법령을 손질하고 새로운 대출상품을 마련해야 현실화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GH의 운명이 단순한 건설 경험자가 아니라, 재정·제도 전문가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 김용진 '체질개선 경험' 풍부한 경제관료
김용진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제2차관,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특히 국민연금공단과 동서발전에서 단기간에 기업평가 등급을 끌어올리며 '조직 체질 개선 능력'을 입증했다.
GH 내부에서는 "지금 필요한 건 현장형 건설가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뚫어낼 수 있는 경제통"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김 내정자의 중앙정부 네트워크와 제도개혁 경험은 GH가 당면한 과제를 풀어내는 데 직접적인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측근 논란보다 성과가 관건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가 김동연 지사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들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제기한다. 그러나 GH 안팎에서는 오히려 "중앙정부와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뒤따른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지분적립형 주택 같은 혁신 사업도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다.
결국 이번 인사의 성패는 논란이 아니라 성과에 달려 있다. GH를 어떻게 재정적으로 건전하게 만들고, 제도의 족쇄를 풀어낼 수 있느냐가 새 사장에게 주어진 시험문제다.
경기도 핵심 관계자는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단지 김 전 경제부지사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그는 이미 여러 공기업에서 성적표를 낸 경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GH는 단순한 건설 공기업이 아니라 제도와 재정 구조 개혁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기관이다. 그에 적합한 경제통 전문 경력이 풍부한 분이 신임 사장에 임명되는 게 도민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는 1986년 행정고시(30회)에 합격해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제2차관 등을 거치며 정통 재정 관료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2022년 7월에는 김동연 지사의 민선 8기 첫 경제부지사로 발탁됐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