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이재명 정부 첫 기업은행 국감
대규모 부당대출에 김성태 행장 연임 불투명
역대 27대 행장 중 내부출신 5명에 그쳐
낙하산 재발 우려, 전문성·소통력 등 고려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IBK기업은행의 내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규모 부당대출에 따른 경영진 책임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발 인사 개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성태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자칫 이번 국감이 낙하산 인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전문 정책금융과 민간금융 등 두가지 역할을 하는 특성상, 관치금융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오는 20일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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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10.13 peterbreak22@newspim.com |
기업은행 국감 화두는 내부통제 부실이다. 지난 3월 적발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필두로 올해만 총 4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대규모 부당대출의 경우 전현직 고위 임직원이 대거 연루된 초유의 사건으로 조직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재발방지 대책을 놓고 경영진과 직원(노조)간의 갈등까지 발생하는 등 후폭풍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성태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국감에서 김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 질타가 예상되면서, 기업은행 내부 분위기도 묘해지고 있다. 금융사고에 따른 책임 규명은 필요하지만 자칫 현 정부의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위한 빌미로 악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기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역대 27대 행장 중 내부출신이 5명에 불과할 정도로 빈번한 정부발 인사 개입에 시달려왔다.
1961년 설립 후 35년만인 1996년에야 김승경 전 기업은행 감사가 첫 내부출신 행장(17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23대 조준희 행장을 시작으로 24대 권선주, 25대 김도진, 27대 김성태(현직) 등 2010년 이후에는 내부출신들이 중용되는 흐름이다.
중소기업 전문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특성상 기업은행장은 전문성과 소통력을 두루 갖춘 내부 출신 인사들이 임명돼야 한다는 게 직원들의 주된 의견이다. 이른바 '관치금융'에서 벗어나 정권 교체 여부 상관없이 일관된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권이 약 10년간(23~25대) 이어진 내부출신 행장 관례를 깨고 윤종원 경제수석을 26대 행장에 임명하자 극심한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다.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인해 임명 한달여만에 간신히 출근에 성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번에도 내부출신 행장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에 노조는 국감을 앞두고 경영진을 향한 금융사고 책임론 공세 수위도 대폭 낮춘 모습이다. 업권에서는 김형일 현 전무이사를 가장 유력한 내부출신 행장 후보로 보고 있다.
반면 정부 및 여당에서는 내부통제 강화 등 기업은행 쇄신을 위해서는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최적의 인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 2020년 발생한 낙하산 행장 임명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반드시 내부출신이 행장이 돼야 한다는 건 아니다. 만약 새로운 은행장이 임명된다면 출신을 떠나 현재 은행이 마주한 각종 위기와 과제를 해소할 최적의 인물을 검증해야 한다"면서도 "낙하산 인사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