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리청강(李成鋼)이 지난주에 전개된 중국의 현재 공격 노선 중 상당수를 지난 8월에 예고했다." "리청강은 매우 격앙된 상태와 매우 공격적인 어조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이 '지옥불'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청강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달 전 리청강이 예고했던 것을 중국이 지금 뒤늦게 정당한 대응인 것처럼 포장하려고 한다."
파이낸셜 타임즈(FT)가 13일(미국 현지 시간) 기사에 소개한 미국의 고위 당국자의 발언들이다. 기사에 언급된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대로라면 리청강이라는 인물은 격정적이고 다혈질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리청강은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상무부 부부장이다. 그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에 이어 중국 내 대미 협상팀의 2인자다.
FT의 기사에서 언급한 중국의 현재 공격은 중국이 지난 9일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 및 미국 선박의 중국 입항 수수료 부과를 의미한다.
FT 기사에서 소개된 발언들은 리청강 대표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홧김에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협박하는 말투로 발언했으며, 그 후 실제적인 조치로 이어졌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리청강 국제무역담판대표가 자의적으로 대미 보복 조치를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허리펑 부총리는 물론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의 지휘를 받는 인물이다. 또한 미중 협상은 중국의 민감한 최대 현안인 만큼,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지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같은 글로벌 파급력이 큰 사안은 리청강 대표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다만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해야 할 상황에 맞춰 리청강이 계산된 강경 발언을 했다고 보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이 높다.
리청강의 강경 발언들은 그가 지난 4월 국제무역담판대표에 발탁되면서부터 예상되어 왔다. 전임 국제무역담판대표였던 왕서우원(王守文) 전 상무부 부부장은 유화적이면서 상대방의 대화를 경청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반면 리청강은 원칙적인 강성 협상가로 평가된다. 협상 카드를 공격적으로 사용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제소 등 실질적인 압박 수단을 실행한다는 평을 받는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을 앞두고 지난 4월 국제무역담판대표를 리청강으로 교체했다. 차관급이었던 리청강은 이로써 장관급 인사로 영전했다.
해당 발탁 인사는 중국이 향후 미중 협상에서 과거의 수세적 태도에서 벗어나 공세적 태도에 임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미국은 향후 리청강의 협상 방식이나 협상 태도를 더욱 강하게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언행을 도구 삼아 글로벌 여론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15일 기자회견에서도 리청강을 직접 겨냥해 비난을 이어갔다. 베선트는 리 부부장이 지난 8월 28일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초청받지 않고 나타나 매우 무례한 언사를 퍼부었다"며 "아마 독자적으로 행동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CNBC 행사에서는 리 부부장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unhinged) 인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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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리청강의 대미 압박 발언들이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으며, 이로 인해 중국 지도부는 리청강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리청강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신뢰가 유지될지 아니면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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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신화사=뉴스핌 특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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