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생명이 위급한 4살 어린이의 119 응급이송 요청을 거부해 '응급실 뺑뺑이'를 초래하고, 진료기록을 부실하게 작성한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아이는 이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다섯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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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전경[사진=양산부산대학교병원] 2021.02.18 |
울산지방법원 형사9단독 김언지 판사는 27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산부산대병원 소속 의사 A(34)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의 치료 요청을 거부해 결과적으로 환자가 신속한 응급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사건은 2019년 10월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세였던 김모(4)군은 의식을 잃은 채 119구급차에 실려 가장 가까운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이송 중이었다. 이 병원은 불과 보름 전 김군이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아 응급실 당직이던 A씨는 "이미 심폐 소생 중인 환자가 있어 다른 병원으로 가 달라"는 취지로 응급이송을 사실상 거부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당시 응급실에는 김군의 치료를 방해할 만큼 위중한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119구급대는 결국 약 20㎞ 떨어진 부산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야 했고, 김군은 도착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에 가까웠다. 이후 연명치료를 이어갔지만, 끝내 2020년 3월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양산부산대병원 도착까지 약 5분이 남은 시점에서 신속한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A씨의 기피로 그 기회를 잃었다"라며 "다만 당시 응급실이 포화 상태였고 의료진의 업무 강도가 매우 높았던 점을 참작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법원은 김군의 수술과 퇴원을 담당했던 양산부산대병원 의사 B(41)씨에게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편도선 제거 수술 후 출혈 증상을 보인 김 군의 환부를 과도하게 소작(燒灼·지짐술)한 뒤, 이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은 채 일반 환자처럼 퇴원시킨 혐의를 받았다.
또 다른 의사 C(45)씨 역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김 군이 퇴원 후 다시 증세가 악화돼 방문한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대리 당직을 서던 중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119 구급대에 다시 인계했으며,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을 곧바로 전달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는 인정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에게 분명한 과실이 존재하지만 피해 아동의 사망과 그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무죄라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의료진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부산대병원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병원 측이 당시 응급의료 시스템과 의사 근무 체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던 김 군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진료기록 조작과 의료 과실이 분명히 인정됐는데도, 아이의 죽음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검찰이 반드시 항소할 것이라 믿는다"라며 "항소심에서는 아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리고 책임 있는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