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전 특전사령관
관세협상 넘어 한미동맹 새 전략 공조
美, '동맹국 산업역량' 안보자산 평가 시작
韓 핵잠수함 추진 계획 공식 인정 첫 사례
동맹 내 신뢰 수준 한 단계 높아졌음 의미
제도 투명성·규제 일관성·상호 호혜 구조 필요
                        
                        (미국 현지에서 한미동맹 관련 특강과 세미나, 포럼 일정에 참석 중인 전인범 예비역 육군 중장이 10·29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에 대한 평가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29일 경주에서 가진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재회가 아니었다.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을 '거래 중심 관계'에서 '전략적 공조체계'로 재편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가 주목을 받았지만 그 기저에는 산업 안보와 기술 협력을 새로운 축으로 삼는 동맹의 재구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미는 수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포괄적 관세·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자동차와 부품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됐으며 상호 관세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대만과 비교해 불이익이 없도록 조정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점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 우려를 반영한다.
의약품과 목재 제품은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MFN)를 적용받고 항공기 부품은 무관세 품목에 포함됐다. 또 '상업적 합리성'(Commercial Rationality) 조항을 신설해 한국 기업이 미국 내 투자 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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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前 특전사령관) | 
◆美, 외국자본 조선 참여 허용 매우 이례적
이번 합의는 미국에 첨단 제조업 투자와 공급망 강화의 성과로, 한국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세계 무역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교역 여건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규모 투자 약속도 회담의 또 다른 핵심 성과다.
한국은 총 3500억 달러(497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으며 이 중 2000억 달러(284조원)는 현금, 1500억 달러(213조원)는 조선과 에너지 협력 사업에 배분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이지만 한국은 환율 변동과 대미 의존 심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한미는 연간 200억 달러(28조원)의 투자 한도를 설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구조로 합의했다.
또 '해양전략성장동맹'(Make American Ship Building Great Again/Maritime and Strategic Growth Alliance·MASGA·마스가) 기금은 조선과 해양 에너지 공동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한국 조선사가 중심이 되고 미국이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이 기금은 산업협력과 안보협력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모델이다. 미국이 '존스법'(Jones Act)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 아래 외국 자본의 조선 참여를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의 산업역량을 안보자산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산업·기술·안보 결합 방향성 제시
안보분야의 진전도 의미가 크다. 한미는 국가안보회의(NSC) 아래 '조선협력위원회'를 설치해 산업정책과 국방계획을 연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지지 입장을 밝히며 원자력 에너지와 핵기술 협력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이는 미국이 처음으로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 계획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다. 동맹 내 신뢰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핵잠수함 협력은 한반도 억제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비확산 체제와 핵연료 관리 문제, 주변국 반응 등 복잡한 과제가 뒤따른다. 중국은 이를 동북아시아 내 미국 영향력 강화의 일환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내 전략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의 산업·안보 통합이 북한 억지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동북아 안보구도의 불안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의 역할 확대를 조용히 환영하며 한미일 공조 강화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미, 원칙 준수땐 한미동맹 '역사적 이정표'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과거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하며 개인적 신뢰를 강조했다. 이는 형식적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한미관계의 긴밀한 협조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1기 시절의 거래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동맹의 가치를 산업·기술·안보가 결합된 공동체로 발전시키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질적 성과를 위해서는 제도적 투명성과 규제 일관성, 상호 호혜적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번 협력을 기술주권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단순한 투자확대를 넘어 핵추진·첨단 조선·방위산업 디지털화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공동개발과 기술 이전을 통한 실질적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진다면 2025년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이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를 하나로 통합한 신(新)전략 동맹으로 진화한 역사적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