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득점 7위·속공 2위·블로킹 2위의 압도적인 성적
장소연 감독 "더 큰 폭발력 보여줄 수 있는 선수"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창단 이후 매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초반 믿기 어려운 반전을 써 내려가고 있다. 시즌 시작 한 달여 만에 리그 2위까지 오르며 돌풍의 중심으로 떠오른 페퍼저축은행의 변화에는 단 한 명의 선수, 시마무라 하루요(등록명 시마무라)가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소연 감독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은 1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강호 흥국생명을 3-1(25-22, 23-25, 28-26, 25-23)로 꺾었다. 이 승리로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5승 2패, 승점 13을 기록해 한국도로공사(승점 16)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특히 홈에서는 4경기 전승을 거두며 창단 후 처음으로 '홈 강세'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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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페퍼저축은행의 시마무라가 13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 = KOVO] 2025.11.13 wcn05002@newspim.com |
이 경기의 중심에는 단연 시마무라가 있었다.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그는 69%라는 경이적인 공격 성공률을 찍으며 25점을 홀로 책임졌다. 미들블로커임에도 윙스파이커에 비견되는 득점 능력을 보여줬고, 특히 20-23으로 뒤지던 3세트 막판에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공격 점유율 역시 18%로 아포짓 스파이커 조이(4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이후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온 포지션이 바로 미들블로커였다. 그동안 하혜진, 최가은, 몽골 출신 유망주 염어르헝, 아시아쿼터 엠제이 필립스 등 여러 선수를 데려왔지만, 팀 색깔과 맞물리지 못하며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마무라는 팀 최약점이던 중앙을 단숨에 강점으로 바꿔놓았다.
사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장위 효과를 보며 미들블로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었다. 197cm 장신의 중국 국가대표 장위는 36경기 323득점, 세트당 블로킹 0.66개를 기록하며 팀 블로킹 순위를 5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구단도 장위와 재계약하고 자유계약신분(FA) 하혜진을 잡아 2025-2026 시즌 미들 라인을 굳힐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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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페퍼저축은행의 시마무라(왼쪽)가 13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블로킹 하고 있다. [사진 = KOVO] 2025.11.13 wcn05002@newspim.com |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계획은 틀어졌다. 중국 전국운동회 참가 때문에 중국 내 해외파 선수들이 모두 복귀 지시를 받으면서 장위가 팀을 떠나야 했던 것이다.
급하게 대안을 찾아야 했던 페퍼저축은행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GS칼텍스 출신 스테파니 와일러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하지만 와일러는 본래 아웃사이드히터였고 미들블로커로 뛰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으며, 결국 아킬레스건 부상 재발로 합류 자체가 무산됐다.
이 악재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대체 선수로 일본 국가대표 출신 미들블로커 시마무라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키 182cm로 미들블로커치고는 크지 않은 신장과 33세의 나이 많은 선수라는 이유로 드래프트 때는 지명받지 못했지만, 시마무라는 페퍼저축은행 합류 후 매 경기 수준 높은 활약을 펼치며 '가장 성공적인 대체 영입'이라는 평가받고 있다.
시마무라는 시즌 개막 후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현재 리그 득점 7위(111점), 속공 2위(56.86%), 블로킹 2위(세트당 0.81개)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이 2위까지 치고 올라온 데 그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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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페퍼저축은행의 시마무라가 13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사진 = KOVO] 2025.11.13 wcn05002@newspim.com |
시즌 개막 후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페퍼저축은행의 중앙을 든든히 지킨 시마무라는 이번 시즌 득점(111) 7위, 속공(56.86%) 2위, 블로킹(0.81) 2위로 대부분의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장소연 감독은 시마무라를 향한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스텝이나 스윙이 아주 뛰어나다. 시마무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경기 영상을 계속 분석하고 있다. 팀 리시브만 안정되면 더 큰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라고 밝혔다.
시마무라 역시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볼이 네트 위에만 있으면 언제든 득점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뛴다. 때릴 수 있는 상황이면 100% 힘으로 때린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큰 변화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은 이제 1위 자리까지 넘보는 위치에 있다. 상승 분위기를 유지한 채 18일 홈에서 열리는 3위 현대건설전에서도 파죽지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