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일반

속보

더보기

[쉬었음 청년 73만] ① 첫 직장에서 좌절·무기력 경험…'쉬는' 청년의 시작

기사입력 : 2025년11월24일 17:55

최종수정 : 2025년11월24일 17:55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첫 사회가 준 건 경력 아닌 트라우마"
"의지는 있지만, 일할 만한 환경이 없다"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2년간 한 대학교 행정실에서 일했던 박지수(가명·34세)씨는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한동안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 상사가 실수로 연락하는 건 아닐까', '또 무슨 일을 시키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계속됐고 퇴사 후에도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 졸업 후 처음 발을 들인 사회...그곳에서의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일을 시작한 지 고작 한 달 만에 살이 6kg이나 빠졌어요"

24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에서 박씨는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첫 직장에서 겪은 일 때문에 불안장애, 우울, 깊은 무력감을 얻었고 수차례 심리 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받아야 했다.

지난 1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정보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박씨가 담당했던 업무는 학과 운영자금, 학사 일정, 학생 상담 등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사를 대신해 지인의 결혼식장에 가야했고 개인 은행 업무도 대신 봐줘야 했다. 하지만 박씨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상사의 횡령 과정에 이용됐다는 사실이다.

박씨는 "상사는 회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자주 가는 가게 영수증을 가짜로 끊어오라고 시켰다"며 "마치 정말 그 식당에서 회의한 것처럼 증빙을 꾸며 학교에서 지원금을 타는 방식이었다"고 했다.

현금을 받으면 박씨는 상사의 개인 통장으로 돈을 입금해야 했다. 상사는 "훗날 쓰겠다"고 했지만 그대로 명예퇴직했다. 박씨는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항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폭언과 폭력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루는 상사가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박씨의 팔을 세게 때렸다. "야 인마, 이 새X야" 등의 폭언도 퍼부었다. 최대한 버텨 경력을 쌓으려고 했던 박씨는 그 순간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다.

박씨는 "일을 하며 하나의 인격이 아닌 도구가 되는 듯한 무력감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일을 그만둔 후에도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상사가 아닐지 늘 신경이 곤두섰다. 홀가분한 마음보다는 이겨내지 못했다는 실패감도 들었다. 하루 종일 잠만 자기도 했다.

박씨는 "일을 그만두고 헌혈하러 갔는데 심박수가 너무 높아 피를 뽑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늘 긴장 상태에 있던 탓"이라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3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로 같은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정규직 약속도 뒤집고 병가 쓰면 불이익…"회사에 정떨어져"

서경미(가명·31세)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작년 11월 중견기업 마케팅팀을 떠났다. 3년 반을 버텼지만 결국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해당 직군에서 일할 생각을 접었다.

회사에 대한 믿음이 깨진 것은 계약 조건에서부터였다. 서씨는 처음 회사의 근무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던 중 조건이 더 좋은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력 채용 당시 회사에서 1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입사했지만 회사는 서씨가 근무한 지 1년이 다 돼갈 무렵 이 말을 번복하며 2년을 채워야 한다고 통보했다.

서씨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부서 내 병가 신청을 한 직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이익을 목격하면서 서씨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빠르게 식었다.

서씨는 "상급자가 병가 신청을 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줄 만한 자료를 팀원들에게 모아오라고 지시했다"며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근거를 가져오라며 닦달하는 모습에 오만 정이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근무 환경도 가혹했다. 저녁 휴식 시간을 챙기려고 하면 도태되는 분위기가 팽배해 새벽 출근, 한밤중 퇴근이 이어졌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조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상급자의 행태 역시 힘들게 하는 요소였다. 성과에 대한 압박 역시 심해 서씨는 불안장애까지 얻었다.

서씨는 "출근하는 순간부터 퇴근까지 계속 불안했고 자기 전에도 심장이 두근거렸다"며 "일에서 의미와 행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서씨는 당시 자신이 했던 업무를 생각하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모든 청년에게 더 나은 일자리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추진 중"이라면서 "쉬었음, 구직, 재직 청년의 일자리 첫걸음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핌 DB]

◆ "일하고 싶다, 하지만 그 환경이 문제"

박씨와 서씨 모두 일하는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업무 환경이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아직 노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무기력한 노동자의 모습, 초과노동, 최저 시급 등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앞선다"며 "요즘 청년들이 '나'라는 존재를 찾고자 하는 것과 달리 회사는 보수적인 소속감만 강요하지 않냐"고 했다.

이어 "돈을 버는 생계 행위도 중요하지만 요즘 청년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며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감정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합리적인 조직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라면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서울에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급여 수준, 야근하고 하루 종일 일하지 않는 근무 환경을 원한다고 하면 눈이 높다고 한다"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눈이 높다'고 표현하면 당연히 일자리와 구직자 간 미스매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일 외에서 추구할 수 있게 워라밸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냐"며 "노동과 휴식이 명확히 구분되는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3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로 같은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chogiza@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공무원 당직제' 76년만에 전면 개편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1949년 도입된 공무원 당직 제도가 76년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편된다. 무인 전자경비장치 등 도입 여부에 따라 재택당직을 적극 도입하고, 인공지능(AI) 민원응대 시스템도 도입된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당직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AI 당직 민원 시스템을 통한 신속한 민원응대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재택당직 확대, 상황실 중심 당직 전환, 통합당직 운영, 인공지능 민원응대 도입 및 소규모 기관 당직 감축 등 4가지 측면에서 추진된다. 지방자치단체 당직근무 유형 예시[제공=인사혁신처] 우선 무인 전자경비장치와 통신체계가 마련된 기관의 경우, 인사처나 행정안전부와의 사전 협의 절차 없이 자율적으로 재택당직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존 2~3시간이었던 사무실 대기시간은 1시간으로 단축된다. 외교부, 법무부 등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는 기관은 기존 당직실 대신 상황실에서 당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정된다. 당직 부담이 큰 기관은 인력 보강이나 인원 조정이 가능하게 했다. 같은 청사나 인접 지역에 위치한 여러 기관은 협의를 통해 당직 운영을 '통합'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전청사 내 8개 기관이 각각 1명씩 당직을 서던 기존 방식 대신, 앞으로는 3명의 통합당직 근무자가 8개 기관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야간이나 휴일에 전화 민원이 빈번한 기관에는 AI 당직 민원 시스템이 도입된다. 민원은 국민신문고로 연계하고, 화재나 범죄는 119·112 신고로 연결된다. 긴급 사안은 당직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외에도 24시간 상황실 운영 기관의 일반 당직이 폐지되면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처는 연간 약 169억~178억원 규모의 예산 절감 효과와 함께 356만 근무시간이 추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동석 인사처장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당직 제도는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가중하고 공직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실태조사와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만큼, 공무원들이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국민에게 보다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11-24 12:00
사진
카카오톡 '친구탭'-목록형 중 택일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카카오톡의 대표 기능 중 하나인 '친구탭'이 다음 달부터 기존의 목록형 방식 UI(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다시 이용 가능해질 전망이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내부 테스트를 거쳐 다음 달 정식 업데이트에서 두 가지 UI를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현재 적용돼 있는 소셜미디어형 친구탭과, 기존처럼 단순하게 친구 목록만 표시되는 목록형 UI 중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 9월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if(kakao)25' 컨퍼런스 현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기조연설을 통해 카카오톡 개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태훈 기자] 당초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달 안에 기존 UI 복구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카카오는 안정성 확보 및 일부 기능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업데이트 시점을 한 달가량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친구탭 개편은 지난 9월 23일 열린 개발자 행사 '이프 카카오(if(kakao)25)'에서 공식 공개됐다. 당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프로필이 단순한 정보 표시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일상을 담아내는 형태로 확장될 것"이라며 새로운 방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편 직후 사용자 불만이 급격히 늘었다. 피드 형식의 화면이 메신저 본래 기능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과 함께 광고 노출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개편 이후 카카오톡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이용자 평점이 1점대까지 떨어지는 등 서비스 신뢰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용자 불만이 이어지자 카카오는 결국 연내에 기존 UI를 되돌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역시 이달 7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용자 의견을 바탕으로 친구탭 개편을 포함한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언급하며 기존 방향 수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4분기 내 목록형 친구탭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라며 "이용자 편의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계속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cn05002@newspim.com 2025-11-23 14:2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