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서 유모역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디즈니 플러스 '조각도시'에서 유모는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 중 하나다. 장님이며 하얀 눈동자를 가진 신비로운 캐릭터이자, 이야기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체성을 지닌 인물. 배우 정인지는 이 복합적인 존재를 어떻게 구축해냈을까.
8일 정인지는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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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배우 정인지.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2025.12.09 moonddo00@newspim.com |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이 어느 날 억울하게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이 요한에 의해 계획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복수를 실행하게 되는 액션 드라마다. 특히 지난달 26일 공개된 9~10회에서는 요한과 유모의 관계가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정인지는 "첫 대본에는 단지 '장님', '하얀 눈동자'라는 지문만 적혀 있었다. 그 자체로도 궁금증이 컸지만, 이후 감독과의 미팅에서 유모가 요한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인지는 "처음에는 요한의 생모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감독님께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머릿속이 확 열렸다. 요한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 둘의 관계는 어떤 감정으로 이어진 걸까 계속 상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모는 태중과 요한의 서사 속에서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지점을 흔드는 인물로 기능하며, 작품의 수많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시작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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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배우 정인지.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2025.12.09 moonddo00@newspim.com |
정인지는 유모를 연기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로 걸음걸이를 꼽았다. 시각적 제약이 있는 캐릭터였기에 시선 대신 청각적 반응, 손의 미세한 움직임, 호흡의 변화 등 감각적인 표현에 집중했다. 그는 "감독님이 '유모는 눈이 안 보여도 이 공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시청자가 '정말 장님이 맞아?'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의 여지를 남기는 게 오히려 중요했다"고 말했다.
'유모가 모든 사건의 배후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해석에 대해 그는 오히려 흥미롭다고 했다. 정인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너무 잔인한 상상일 수도 있지만, 바로 그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조각도시의 힘"이라고 했다.
함께 호흡한 도경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두꺼운 특수 렌즈를 착용해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정인지를 그는 촬영 내내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한다. 정인지는 "카메라가 안 돌 때도 티 나지 않게 배려했다. 촬영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팔을 내밀어 도와줬다. 마치 공부라도 한 것처럼. 알고 보니 그냥 사람 자체가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은 분이었다"고 칭찬했다.
유모의 눈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렌즈는 동공이 아닌 눈 전체를 덮는 형태였다. 정인지는 "백색 농도가 높은 렌즈여서 굉장히 두꺼웠다. 통증이 심했고, 각막에 스크래치가 생기기도 했다. 아직도 눈에 연고를 바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CG로 대체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착용이 주는 생동감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 불편함이 오히려 캐릭터 몰입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렌즈를 끼는 순간 바로 유모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촬영 기간이 길어 감정선 유지가 쉽지 않았지만, 렌즈 덕분에 오히려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신체적인 고통은 있었지만, 감정 연기에는 정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정인지는 "렌즈를 끼고 있어서 모니터링도 할 수 없었지만 감독님을 100% 믿었다. 모니터링을 하려면 렌즈를 빼야돼서 빼고 다시 찍는 게 죄송한 마음도 있어 그냥 믿었다. 사실 눈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었는데…"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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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배우 정인지.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2025.12.09 moonddo00@newspim.com |
조각도시의 세계는 불완전하고, 모든 인물이 진실을 숨기며 서로를 가늠한다. 정인지는 이 세계 속에서 유모가 가진 힘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꿰뚫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정인지는 "유모가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관객에게 계속해서 다른 해석을 던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인지는 데뷔 초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리며 "성악을 전공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두려워 연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배운 한국 가곡을 해석하는 과정이 연기와 닮아 있었고, 그때부터 무대와 연기라는 길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각도시 시청자들의 반응을 직접 찾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정말 다양한 해석이 있어서 재밌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도 받아들여지더라. 그게 작품의 힘이자 유모라는 인물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정인지는 내년에는 "사계절을 온전히 즐기고 경험하고 싶다"며 "요즘은 연기가 너무 즐겁다. 장르와 형식에 상관없이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더 경험하고 싶다. 그 중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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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배우 정인지.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2025.12.09 moonddo00@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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