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공동설계·동시발주, 담합 아닌 상생안" 해석
수의계약 사실상 제외…경쟁입찰 vs 상생안… 22일 방추위 분수령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동설계·동시발주 상생안이 담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방사청 질의에 답하면서 공정거래법 116조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첨부하며 "사후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 116조는 '사업자가 다른 법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부당한 공동행위라도 다른 법령에 근거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 하더라도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법률 또는 그 위임에 따른 명령 범위 안에서, 경쟁 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사업이거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대신 고도의 공적 규제가 필요한 사업에서의 필요·최소한 행위에 한정해 허용된다고 판단해 왔다. 즉, 경쟁 제한 또는 사실상 독점이 불가피한 공공성 높은 영역에서만 116조 적용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공동설계·동시발주 상생안이 '국가계약법'과 '방위사업관리규정' 등에 근거해 '정당한 공동행위'로 인정되며, KDDX 사업의 경우 사업 참여를 희망해 방산업체로 지정된 곳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곳뿐이라는 점에서 "공동설계·동시발주로 제한되는 제3의 경쟁업체가 없다"는 논리로 담합 소지가 낮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생안 자체는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공정위의 '사후 판단' 언급은 "향후 방사청의 사업관리 과정까지 공정해야 담합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했다.
방사청은 공정위 유권해석을 정밀 검토한 뒤 오는 22일 국방장관 주재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KDDX 상생안 채택 여부를 포함한 최종 방침을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추위에는 당초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공동설계) 등 3가지 안이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수의계약은 사실상 배제되고 경쟁입찰과 상생안(공동설계·동시발주) 두 방식이 최종 선택지로 압축된 상태다.
KDDX 사업은 총 7조8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으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아 2023년 말 기본설계가 완료됐지만,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방식 결정이 2년 가까이 지연돼 왔다. 방사청은 당초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을 추진했으나,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과거 군사기밀 유출·보안사고 전력을 거론하며 경쟁입찰 전환을 요구하고, 국회 국방위원회도 수의계약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논쟁이 장기화되자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 두 조선소가 상생 협력 형태로 KDDX를 공동개발·공동건조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방사청도 올해 상반기부터 '공동설계 후 1·2번함 동시 발주' 구상을 공식 검토하면서 상생안이 유력한 절충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대기업 간 공동설계·동시발주가 사실상 시장 분할·가격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입찰·계약 관행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되자 방사청은 담합 여부에 대한 독자적 판단 부담을 덜기 위해 12월 초 공정위에 공식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KDDX 사업이 이미 2년가량 지연된 데다, 이지스 체계와 국산 전투체계 통합 등 후속 전력화 일정이 촉박한 만큼, 22일 방추위에서 어떤 방식이 택해질지에 따라 향후 한국 해군 차기 구축함 전력 구성이 큰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