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진정한 개혁안은 언제쯤 마주할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LH 개혁위원회가 출범하며 연말까지 조직 개편을 포함한 고강도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으나, 그 약속은 이미 공수표가 됐다.
LH 개혁론은 2021년 3월에 불거졌다. 3기 신도시 예정지의 정보를 미리 빼돌려 시세 차익을 얻으려던 직원들이 대거 발각되면서 사회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거센 공분을 샀다. 그러나 이 분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근본적인 개혁의 목소리는 어느덧 흐지부지됐다.

개혁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2023년 발생한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였다.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드러난 철근 누락과 부실시공의 배후에는 뿌리 깊은 '전관 카르텔'이 자리하고 있었다. LH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설계·감리 업체들이 발주 물량을 상당부분 독점한 것이 드러났다. 유착과 부실 감독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LH를 '공중분해' 수준으로 쪼개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정권 교체 이후에도 조직 효율화라는 구호만 요란할 뿐 본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특히 지난해 말 정부가 LH 개혁안을 마련한다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연 대목에선 정부의 개혁 의지 자체에 의문이 든다.
조직의 존립 근거를 다시 세워야 할 엄중한 시점에 국가적 중책인 개혁을 마치 이벤트 행사처럼 다루는 것이 적절한 처사인지 알 수 없다. 이는 정부 스스로가 문제의 본질과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LH는 이미 수차례 구조적 결함을 노출했다. 내부 직원의 투기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권한의 과도한 집중과 정보의 비대칭성, 내부 통제의 느슨함이 맞물린 '시스템의 붕괴'로 봐야 마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중의 기호에 맞춘 인기 투표식 아이디어가 아니라, 고강도 기능 조정과 책임 구조의 전면적 재설계다.
국민의 혈세와 공공 자산인 토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부패와 경영 실패는 곧 서민의 주거 불안과 국가적 경제 손실로 직결된다. 주거 복지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LH가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경쟁 없는 시장은 썩는다'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선진국은 왜 우리보다 앞서 주거복지, 주택공급, 토지개발 등의 부동산 기능을 쪼갰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으로 민간 기업들이 생존을 건 효율화에 사활을 거는 시대다. 비대함을 유지하며 안주할 수 있는 LH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leed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