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히 낮은 대미 의존도... "러시아 같은 가격 할인 없이는 구매 확대 난망"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가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로 하며 5000억 달러(약 728조 75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및 상품을 구매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현재 미국산 에너지 제품 수입 규모 등을 봤을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이러한 약속이 경제적 수요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현지 시간 7일 인도와 미국이 발표한 공동 성명에 따르면, 인도는 향후 5년간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 귀금속, 기술 제품, 코크스용 석탄 등을 구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인도 비즈니스 스탠다드(BS)는 9일자 보도에서 인도의 약속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제품을 최우선 순위로 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제품이란 주로 원유,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의미한다. 인도는 원유의 90%, LPG의 60%, LNG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 중으로, 2024/25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세 가지 에너지 제품의 수입액은 1750억 달러, 전체 수입액의 약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가 수입하는 에너지 물량의 대부분은 러시아와 중동산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판로를 잃은 원유 및 석유 제품을 인도에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고, 중동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오래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운송비 면에서 효율적이다.
반면 에너지 거래에서 인도는 낮은 대미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직전 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 수입액은 약 120억 달러로, 이 중 석유 연료 수입액은 약 90억 달러, 인도 전체 석유 수입액의 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국제 해운 분석업체 케플러(Kpler) 자료에서도 2025년 기준, 인도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전체의 5%, LNG 수입량은 8%, LPG 수입량은 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인도의 공동 성명에 5000억 달러 목표액에 대한 세부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제품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20%라고 할지라도 인도는 향후 5년 내에 미국산 에너지 제품 구매량을 현재 수준의 8배로 늘려야 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석유와 가스 가격이 공급량 증가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인도 국영 가스 기업인 가일(GAIL)과 인도 최대 LNG 수입 업체인 페트로넷 LNG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막대한 양을 수입하기 위한 핵심 조건은 가격이다. 원유는 물론 LNG까지 비싼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게 되면 기업 수익은 물론 인도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인도 정유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2021/22 회계연도의 20억 달러에서 2024/25 회계연도 500억 달러 이상으로 25배나 늘어난 것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이상 할인됐기 때문"이라며 "미국 공급업체들은 이러한 할인을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새로운 석유 공급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LNG 대국으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 LNG 생산량의 최대 5분의 1을 인도에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석유 및 LNG 수요는 점차 약화하고 있다.
BS에 따르면, 올해 첫 40일 동안 인도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일일 26만 2000배럴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감소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미국산 LNG 수입량도 지난해 인도의 총 수입량 중 1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가일이 선박 용량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의 19%에서 감소했다고 BS는 설명했다.
가일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겨울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인 헨리허브가격이 100만 BTU당 4달러에서 5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면서 인도의 LNG 수입업체들, 특히 가일의 우려가 커졌다"며 "겨울철 가격 급등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이런 요금은 인도 소비자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에반 파이겐바움은 "인도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년 안에 미국산 제품 및 서비스 수입을 5배 이상 늘려야 할 것"이라며 "분석가들은 이번 거래에 명시된 수치 중 일부를 무시하거나, 최소한 '열망이 담긴 목표(희망 사항)' 정도로 간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