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5등급제·고교학점제, 사교육 수요만 키워
"공교육 질·맞춤형 교육 강화로 신뢰 회복이 우선"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교육당국이 최근 10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전환부터 내신 5등급제 시행 등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같은 기간 사교육비는 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서는 잦은 입시정책 변화가 수험생 불안을 키워 사교육 의존을 높이는 만큼, 새로운 정책보다 공교육만으로 충분하다는 신뢰를 회복하고 '성공=학벌' 인식을 바꾸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9일 국가통계포털(KOSIS)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1919억 원으로 2014년(18조 2297억 원) 대비 60.1% 늘었다.
사교육비는 2014년 이후 2015년(17조 8346억 원)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6년 18조 606억 원으로 다시 증가 전환했다. 이후 상승 흐름이 이어지며 2019년에는 20조 9970억 원으로 20조 원대를 재진입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에는 19조 3532억 원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로서도 이 기간 사교육 과열 해소, 공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을 여럿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영어영역 절대평가가 대표적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무한경쟁'을 완화해 사교육 압력을 낮추겠다는 구상에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던 2019년에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정시 40% 룰'을 공식화했다. 의혹의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싼 불신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었다.
2025학년 고1부터 시행된 내신 5등급제, 고교학점제 역시 평가체계를 완화·단순화하는 한편 공교육 안에서 진로·학업 설계를 지원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다변적인 입시제도가 오히려 수험생·학부모의 불안을 가중시켜 사교육 수요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교학점제는 선택이 핵심인 만큼, 어떤 과목 조합이 진학에 유리한지를 둘러싼 사설 컨설팅·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중학생 자녀를 둔 경기권의 한 학부모는 "중학생부터 진로를 정하고 진학할 고교에서 어떤 과목을 수강해야 할지 계획을 짜야하는 부담 때문에 사설 컨설팅을 고려하고 관련 설명회도 여럿 다니게 된다"며 "저처럼 학부모가 움직일 수 없는 수험생들은 혼란이 더 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어 절대평가 역시 무용론이 짙다. 2017년 5조 4250억 원이던 영어 사교육비 총액은 2024년 8조 6859억 원으로 약 60% 증가해 같은 기간 전 과목 사교육비 증가율(56%)을 웃돌았다. 영어유치원의 인기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 2024년 기준 사교육에 참여하는 유아의 영어 과목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4000원으로, 같은 해 고등학생의 영어 사교육비(32만 원) 보다 높았다.
내신 5등급제도 등급 완화가 곧장 사교육 감소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1~3등급 구간이 넓어지면서 상위권에서는 1등급을 놓고 더 촘촘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에서는 결국 새로운 정책보다 궁극적 변화가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위원은 '2025 한국의 사회동향'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함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5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아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기로 올라 갈수록 사교육비 총액은 더 증가했다"며 "사교육 과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교 육의 질을 높이고 개별 학생 맞춤형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교육과열의 직접적인 원인인 입시제도를 사교육 의존도를 완화하고 적극적인 학교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사회적 성공을 대학서열과 학벌로 인식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과 진로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