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 대학가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민병대가 24일(현지시간) 나흘째 맞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도시 대학 캠퍼스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 이는 지난 1월 초 정권이 대규모 유혈 진압에 나선 이후 처음 벌어진 대규모 집회다. 시위가 이어지자 친정부 맞불 집회도 점차 규모를 키우고 있다.

친정부 시위대 상당수는 바시즈(Basij) 소속 학생들로 보인다. 바시즈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의 친정부 자원 민병대·준군사조직이다.
바시즈는 앞선 시위 진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조직이다. 이들은 캠퍼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두 나라가 이번 소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도 테헤란의 이란 과학기술대학교에서는 주먹다짐이 벌어졌으며, WSJ가 확인한 영상에는 이란 국기를 흔드는 친정부 인사들이 반정부 활동가들을 쫓아가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교에서도 남성 중심의 대규모 친정부 시위대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근 며칠 사이 시위는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에 사용되던 옛 국기를 들어 올리며 현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번 불안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고조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동 지역에는 최근 수주간 미 군함과 전투기가 증강 배치됐다.
오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이란의 제3차 간접 핵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시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 있다고 시사해 왔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움직임이 이어졌다. 정권은 올해 1월 초 인터넷을 차단하고 강경 진압에 나섰다. 미국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 '이란 인권활동가들(HRAI)'에 따르면, 당시 진압 과정에서 약 7,000명이 사망하고 5만 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시위는 아직 대학가에 국한돼 전국적 확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정권이 직면한 내부 불안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위는 새 학기가 시작되며 캠퍼스가 다시 문을 연 지난 토요일(21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학생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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