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지도자 선출 간섭 말라"…학교 피격엔 美 책임 촉구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이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에 휴전이나 협상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강경한 항전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미 지상군의 이란 침공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We are waiting for them)"며, 그런 상황은 미국에 "큰 재앙(a big disaster)"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5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NBC 방송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나이틀리 뉴스' 진행자 톰 야마스와의 화상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전을 요청하고 있지 않다(there is 'no request for a ceasefire')"며 "우리는 미국과 협상해야 할 어떤 이유도 보지 못하고 있다(we see no reason to negotiate with the United States)"고 말했다.
◆ "협상 도중 공격…다시 협상할 이유 없어"
아라그치 장관은 "사실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특히 이번 행정부와는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협상 도중에 그들이 우리를 공격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다시는 그들과 협상에 나서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NBC는 "지난주 목요일까지 아라그치 장관은 제네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협상 중이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협상 한가운데 이뤄진 공격이 이란의 향후 대화 의지를 식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 초등학교 피격 "어린이 171명 사망…美·이스라엘 책임"
인터뷰에서는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납(Minab)의 초등학교 피격 참사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미군이 이란군의 오발 가능성을 포함해 조사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171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것은 우리 군의 보고에 따른 것으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게 미국이든 이스라엘이든,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민간인 학살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돌렸다. 이란 당국은 이번 미납 초등학교 피격을 이번 전쟁에서 가장 참혹한 민간인 희생 사례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나, 미군은 해당 사건이 이란 측의 오작동 무기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정밀 조사 중이다.
◆ "지상군 침공? 우리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지상군의 이란 영토 침공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라그치 장관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과 맞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그렇게 되면 그것은 그들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다(and that would be a big disaster for them)"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토요일 이란 전역의 군사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시작해 이란 방공망을 크게 약화시켰고, 이 과정에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 그럼에도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을 계속 타격하고 있다며, "전쟁이 엿새째인데도 미국은 애초 내세웠던 '명백하고 신속한 승리(clear and quick victory)'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 "권력 공백 없다"…전문가회의 통한 후계 선출 강조
하메네이 사망 이후 후계 구도와 권력 공백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소문이 있지만, 결국 누가 선출될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but nobody knows exactly who might be elected at the end of the day)"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가 새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적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전쟁 상황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지만,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군 지휘관들은 교체됐고, 최고지도자도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곧 선출될 것"이라며 "모든 상황이 순조롭다(Everything is in order)"고 강조했다.
◆ 차기 지도자 선출엔 "전적으로 이란 국민의 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 등에서 이란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에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아라그치 장관은 "그것은 전적으로 이란 국민의 일이며,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That is absolutely the business of Iranian people, and nobody can interfere)"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이 과정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모즈타바의 세습 구도는 1979년 혁명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란 내부에서도 제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전쟁의 향방에 대해 "이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There is no winner in this war)"며 "우리가 이 불법적인 목표들에 저항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승리(Our win is to be able to resist against the illegal goals)"라고 주장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