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란과 교전 중 호위 작전은 여력 의심
JP모간 "저장고 포화에 생산 셧다운… 유가 배럴당 120달러 치솟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급등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미 해군이 직접 호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계획의 현실성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물리적 정체 규모가 방대한 데다, 미군이 현재 이란과 직접 교전 중이라는 특수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보호를 위해 미 해군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계획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의 데이터에 따르면 평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은 하루 평균 약 100척이지만, 현재 전쟁 여파로 약 400척의 유조선이 걸프만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케이플러의 맷 라이트 선임 화물 분석가는 "수백 척의 선박이 여전히 걸프 지역에 정체되어 있다"며 "미 해군이 이들을 한 번에 소수씩 호위한다고 해도 모든 물량을 통과시키려면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해군함 몇 척을 붙여주는 수준으로는 현재의 에너지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현재 상황이 1980년대 '유조선 전쟁' 당시의 해군 호위 작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짚었다. 크로프트 책임자는 "1987년 당시 미 해군은 유조선을 보호하기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이란 정권과 동시에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상업용 선박의 안전 통행까지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해군 자산이 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 해군과 군은 이웃 나라와 미국인을 공격하는 이란 정권을 무장 해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당장은 호위보다 이란의 군사력 무력화가 우선순위임을 시사했다.
물리적 통로가 막히면서 생산지인 중동 국가들의 '저장 용량'도 한계치에 도달했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간 글로벌 원자재 연구 책임자는 "수출 길이 막힌 원유가 쌓이면서 조만간 저장 용량이 바닥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생산 셧다운(중단)으로 이어져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12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라크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이미 하루 150만 배럴의 생산량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카네바 책임자는 이러한 생산 중단 규모가 단 4일 만에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는 이날도 급등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동부 시간 오전 7시 34분 서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전장보다 4.60달러(5.68%) 85.61달러를 나타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전장보다 배럴당 3.58달러(4.19%) 급등한 88.99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의 공포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불확실성이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상업적 항행에 안전해질지에 대한 타임라인을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쟁과 에너지 부처가 활발히 계산 중이지만, 이란의 위협이 실질적으로 제거되지 않는 한 선사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맷 라이트 케이플러 분석가는 "유조선 회사들은 공격 없이 해협을 무사히 통과하는 사례를 상당 기간 목격해야만 확신을 가질 것"이라며 "결국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이 감퇴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물동량이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