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대륙의 양강인 독일과 프랑스가 원자력 발전을 놓고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을 더욱 확대·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독일은 현재의 탈원전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0일(현지 시간)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전 연방정부들이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며 "그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그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연방정부는 에너지 정책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전력망을 확충하고 에너지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독일은 1980~90년대에 원전을 최대 19~20기 동시 가동할 정도로 원전 강국이었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전체 전력 생산의 약 30% 정도를 원전이 담당했다.
지난 1998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녹색당 연정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했지만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 소속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9년 원전 수명 연장을 승인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메르켈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했고, 2023년 4월 마지막 원전 3기가 멈췄다.
메르츠 총리도 독일 총선 실시 직전인 지난해 1월 "이전 정부가 마지막 원전까지 폐쇄한 것은 심각한 전략적 실수였다"면서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탈원전 과정이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 다시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비용 등의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에서 열린 제2회 민간원자력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원자력은 진보와 번영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 전쟁과 국제 유가 급등 등을 언급하며 "원자력은 에너지 주권과 탈탄소화,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조화시키는 핵심"이라고 했다.
앞서 프랑스 의회는 지난 2월 향후 10년 동안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량을 20% 늘리고, 이 같은 탈탄소 전력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의 70%를 충당하겠다는 전략을 담은 '에너지 주권 및 투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신규 원자로는 6기를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
유럽의 최대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현재 57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전력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날 민간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유럽의 원전 축소는 전략적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1990년에는 전력의 약 3분의 1을 원자력으로 생산했지만 현재는 15%로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최근 가격이 급등한 석유와 가스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싸고 변동성이 큰 화석 연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유럽을 다른 지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며 "유럽이 안정적이고 저렴하며 탄소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을 외면한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