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이전에 돌봄 시작 비율 20% 이상
생활비·의료비 등 생계·건강 지원 수요
"청소년기·청년기 등 맞춤형 지원 시급"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가족 돌봄을 맡고 있는 청소년 5명 중 1명이 돌봄 부담 때문에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주 돌봄을 전담하는 청소년의 경우 이 비율이 10명 중 4명에 가까워 돌봄이 학습권·진로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4일 2025년 기본연구 과제로 수행한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의 주요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가족돌봄 청소년은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부모나 형제,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무보수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9~24세 청소년을 의미하며 그동안 정책 논의가 주로 청년층에 집중되면서 청소년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는 가족돌봄 청소년 577명이 참여했다. 가족돌봄 부담 때문에 학업이나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던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1.5%였고, 13세 미만 9.8%에서 19~24세 31.6%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돌봄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집중돼 있었다.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 청소년의 52.4%가 주 돌봄자 역할을 맡고 있는 반면 월소득 500만 원 이상 가구에서는 같은 비율이 22.6%에 그쳤다.
연구진은 "저소득 청소년일수록 대체 돌봄 자원이 부족해 혼자 감당하게 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돌봄을 시작한 시기도 상당수가 초등학생 때였다. 돌봄을 시작한 연령은 13~18세가 37.8%로 가장 많았지만, 9세 미만(20.1%)과 9~12세(27.9%)를 합하면 48.0%에 달해 절반 가까운 청소년이 초등학교 시기에 돌봄을 맡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이 필요한 주요 사유는 만성질환, 신체장애, 언어·문화적 어려움, 정신질환·장애 순이었다.
돌봄 내용은 집안일, 기본적 일상생활 보조, 형제자매 돌봄, 아픈 가족 돌봄 등 일상 전반에 걸쳐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62.0%가 직접 돌봄을 제공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35.2%는 경제적 부양까지 함께 떠안고 있었다. 특히 19~24세 청년층에서는 직접 돌봄과 경제적 부양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응답이 59.2%에 이르렀다.
이 같은 돌봄 부담은 학업과 진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족돌봄 때문에 학교나 직장(아르바이트 포함)에 지각·조퇴·결석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30.2%였고 돌봄 때문에 학업·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던 이유로는 신체적 피로, 가족을 두고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점, 스트레스·우울감 등이 꼽혔다.
진로 발달 측면에서도 "희망 직업을 미래에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또래 일반 청소년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한 반면 가족돌봄 청소년은 13~18세 71.0%에서 19~24세 64.3%로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필요로 하는 지원은 생계와 건강에 집중됐다. 가족돌봄 청소년이 희망하는 서비스로는 생활비·의료비 지원(각 76.9%)이 가장 많이 꼽혔고 건강관리 지원, 진로·취업 지원, 주거비 지원 수요도 높았다. 식사·돌봄·집안일 지원 등 일상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 서비스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가족돌봄 청소년의 돌봄 부담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청소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사회 문제"라며 "적시에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계하는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소년기에는 학습권 보호와 또래 관계·여가 보장을, 청년기에는 진로·취업 연계 강화를 중심으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