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삼성전자 노사 갈등 속에 TSMC 사례를 통해 AI 시대 반도체 노사 해법과 한국 산업 방향을 모색했다.
- 모리스 창은 무노조를 유지하되 효율성과 신뢰, 인재 존중, 약속 이행을 통해 성과·보상·조직 안정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다고 평가된다.
- TSMC는 반도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보는 사회적 공감대와 높은 성과급, 참여적 조직문화로 갈등을 파업 대신 공동운명체 인식으로 관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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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효율·조직 안정성 연결한 TSMC식 경영 철학
"엔지니어는 소모품 아니다"…생산성 중심 조직 혁신
"쉽게 약속 안 하지만 반드시 지킨다"…신뢰 문화 구축
반도체를 '국가 경쟁력'으로 본 대만식 공동체 시스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위기로 번지면서 반도체 산업의 보상체계와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성과 배분, 조직 신뢰, 노사 관계 해법을 짚어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김정인 김아영 기자 = "노사 분쟁만큼 보고 싶지 않은 건 없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은 지난 2016년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첨단기술 기업들의 경쟁력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인텔 같은 기업들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노조가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갈등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단기적으로는 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해롭다"고 지적했다.
다만 모리스 창은 무노조 경영 노사 갈등을 막기 위해서 경영진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직원들과 직접 신뢰를 구축하고 조직 내 소통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모리스 창은 1970년대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서 글로벌 반도체 사업 책임자로 일하던 시절을 언급하며 "당시 노조가 휴스턴 공장에 노조 설립을 추진하자 직접 공장으로 가 1000~2000명의 직원들과 대화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국 노동법상 노조 결성을 위해서는 직원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찬성표가 과반에 크게 못 미쳤다"며 "좋은 기업이라면 직원들에게 노조를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위기로 번지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다시 TSMC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면서 성과급을 많이 주는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와 경영진이 현장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조직 내부 신뢰를 구축하려 했다는 점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엔지니어는 소모품이 아니다"…모리스 창의 인재 중심 경영
모리스 창은 노사 관계를 단순히 임금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성과 신뢰를 어떻게 함께 높일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했다. 실제 그는 대만에서 주휴일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거세지던 시기에도 "경쟁력은 단순 노동시간이 아니라 효율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61년 동안 일하며 주 50시간 이상 일한 기간은 전체의 극히 일부였다"며 장시간 노동 자체가 경쟁력의 본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TSMC가 주 50시간 근무 정책을 도입한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불필요한 회의 축소와 의사결정 효율화, 데이터 업무 자동화, 엔지니어들의 고부가가치 업무 집중 등을 꼽았다. 단순히 더 오래 일하게 하기보다 조직 운영 방식을 바꿔 생산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리스 창은 엔지니어들이 반복적인 데이터 수집 업무에 과도한 시간을 쓰는 구조를 문제로 봤다. 그는 "엔지니어는 데이터를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분석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데이터 축적보다 '지식 기반 의사결정'을 조직문화 핵심으로 제시했다. 현장 엔지니어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공정 개선에 더 집중하도록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 했다는 것이다.

생산라인 운영 방식에도 이런 철학이 반영됐다. TSMC는 첨단 공정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엔지니어들이 24시간 교대 체제로 움직이는 '나이트 호크 플랜(Night Hawk Plan)'을 운영했다. 다만 이는 단순 강제 야근 방식이 아니라 다수 엔지니어를 투입해 교대 체계를 구축하고 생산 주기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모리스 창은 직원 사기 관리에도 직접 나섰다. 그는 TSMC 체육대회 때마다 직접 운동장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했고, 한 행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총 4억 대만달러 규모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실행"…TSMC가 강조한 신뢰 경영
이 같은 노력은 결국 TSMC 특유의 조직 안정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TSMC가 단순히 높은 연봉이나 성과급으로 인재를 붙잡은 것이 아니라, 생산 효율과 보상, 조직 신뢰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엔지니어들이 단순 노동력이 아니라 회사 경쟁력을 함께 만드는 핵심 자산이라는 인식을 조직 전반에 심으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TSMC는 조직 운영 문제를 단순 인사(HR) 영역이 아니라 최고경영진 차원의 핵심 과제로 다뤄왔다.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C.C. 웨이 역시 ESG 운영위원회를 직접 맡아 조직 운영과 직원 결속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 단순히 실적과 생산량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정성 자체를 장기 경쟁력 요소로 본다는 의미다.
지난해 TSMC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회사는 "쉽게 약속하지 않지만, 한번 약속하면 끝까지 실행한다"는 조직 문화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칙이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경영진과 직원 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내부 계약처럼 작동해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노사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특징적이다. TSMC는 보고서에서 직원 결속(Employee Cohesion), 워라밸(Work-Life Balance), 건강(Health), 주관적 행복(Subjective Wellbeing) 등을 핵심 관리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임금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조직문화 안에 녹이려 했다는 설명이다.
현장 참여 구조 역시 비교적 세분화돼 있다. 회사는 조직별 ESG 리더·코디네이터 체계를 통해 현장 의견과 개선 과제를 수렴하고 있으며 직원복지위원회를 통해 경영진과 직원 대표가 근무 환경과 복지, 조직 운영 문제를 논의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스템이 조직 내부 불만과 긴장을 공개 충돌 이전 단계에서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대만에서 TSMC는 사실상 국가가 만든 기업이자 곧 대만 자체로 인식된다"며 "TSMC를 흔드는 것은 곧 대만 경제를 흔드는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한국 경제에서 중요하지만 다양한 대기업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만처럼 반도체 기업을 국가를 지키는 핵심 산업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TSMC는 노사 모두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공통 가치 체계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런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사보다 '공동 운명체'…TSMC 조직문화의 힘
물론 TSMC가 노동 문제와 완전히 무관한 기업은 아니다. 대만 현지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고강도 근무 문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대만 노동당국은 근로시간 위반 문제로 TSMC에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는 현지 직원들과 문화 충돌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갈등이 조직 붕괴 수준의 공개적 충돌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대만 특유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조직 문화를 꼽는다.

대만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단순 제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 자체로 인식된다. 정부와 대학, 협력사, 노동시장까지 반도체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TSMC는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에 가까운 존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회사가 흔들리면 산업 전체가 흔들린다"는 공감대가 강하다는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TSMC는 처음부터 파업 리스크가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이라는 판단 아래 무노조 경영 원칙을 유지해왔다"며 "대만 근로자들도 이런 기업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TSMC는 성과가 크게 나면 이사회 중심으로 충분한 성과급 보상을 해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그동안 높은 성과급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면서 삼성전자처럼 노조 불만이 크게 누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