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전문가들이 15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계기로 AI 호황기 초과이익의 공정한 배분과 보상체계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투명한 성과급 공식, 상시 노사 대화와 성과·위험을 함께 나누는 장기적 보상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고 했다.
-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정부의 긴급조정권 등 적극 개입과 신뢰 회복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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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산정 체계 시스템화...예측 가능한 보상체계 필요"
"무노조 시대 끝났다"…삼성식 노사 협의 구조 구축 과제
"성과 공유엔 공동 책임도 필요"…구간형 성과공유제 도입 제언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정부 긴급조정권 발동해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위기로 번지면서 반도체 산업의 보상체계와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성과 배분, 조직 신뢰, 노사 관계 해법을 짚어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김정인 김아영 기자 = 전문가들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 초과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태를 일회성 노사 충돌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보상 시스템과 노사 구조, 국가 전략산업 운영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0년에 한 번 올 호황"…누구의 몫인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현재 갈등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AI 초호황' 국면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AI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그 초과이익을 근로자·주주·미래 투자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에 대한 사회적 원칙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의 이익이 갑자기 발생하면서 갈등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몇 퍼센트를 무조건 고정적으로 나누는 방식은 반도체 산업 구조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AI 시대 초과이익 자체가 기존 산업사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라며 "근로자·주주·미래 투자 간 배분 원칙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왜 이렇게 나눴나" 납득해야…투명한 보상체계 필요
전문가들은 특히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왜 그렇게 나누는가'를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성과급 산정 과정에 대한 불신과 정보 비대칭 문제가 지목된다. 회사는 경제적부가가치(EVA)와 미래 투자 재원, 업황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하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실제 기준과 계산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객관적 지표 기반의 예측 가능한 성과급 체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다. 송헌재 교수는 투하자본이익률(ROIC), 총주주수익률(TSR), EVA 등을 활용해 성과급 산정 공식을 정례화·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사 간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경영 상황과 보상 기준을 구성원들이 사전에 이해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단순 고정하는 방식에는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규복 인하대 특임교수(전 반도체공학회 회장)는 "반도체 산업은 지금 돈을 벌 때 차세대 공정과 최첨단 설비에 선제 투자해야 불황기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며 "성과급 확대만이 아니라 인력·시설 투자와 미래 재투자 재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사업 성과를 단기 보상으로만 모두 배분할 경우 다른 사업부 투자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 전체 사업 구조와 장기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노조 시대 끝났다…삼성식 노사 시스템은 과제
노사 간 상시 대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무노조 경영체제를 장기간 유지해온 삼성전자가 아직 정례적 협의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갈등이 한 번에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김용석 교수는 "삼성전자가 과거 장기간 무노조 체제를 유지해오면서 정례적인 노사 협상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노조 체제에 맞는 상시 협의와 조정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 역시 "지금 결국은 대화가 단절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노사가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구는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성과 공유와 함께 '공동 책임' 구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황기에는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지만 업황이 꺾여 적자가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는 것이다.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업황과 외부 변수 영향이 큰 만큼 성과가 좋을 때의 보상뿐 아니라 불황기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성과 공유와 함께 책임도 함께 나누는 장기적 관점의 보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익이 클 때는 더 많이 나누되 경영 실적 악화 시에는 조정이 가능한 '구간형 성과공유제(Cap·Floor·Clawback)'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송 교수는 "성과 공유가 지속되려면 책임도 함께 나누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주식 기반 보상 등 직원들이 기업 성장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 검토할 시점...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단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안보·공급망과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노사 갈등 역시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규복 교수는 "지금은 노를 저어야 할 시기"라며 "노조와 회사, 정부가 모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와 직결된 전략 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노사 갈등이 장기화돼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용석 교수는 "노사가 장기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정부가 냉정하게 판단해 개입해야 한다"며 "긴급조정권은 당연히 가동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규복 교수도 "반도체는 국가 경제에서 적어도 25% 이상, 지금은 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전략 산업"이라며 "특정 이익집단의 요구 때문에 산업 전체가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일정 수준의 조정 권한과 중재 기능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에서 일부 조정권을 갖고 중재 역할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핵심은 '신뢰'다. 단순히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고객 신뢰와 조직 안정성, 글로벌 공급망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와 기술 개발, 인재 확보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한 전 부회장은 "반도체는 전쟁과 같은 산업"이라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함께 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