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ETHER가 7일 작가 아카이브 프로젝트 Portrait를 시작했다.
- 전시와 독립출판을 잇어 작가의 삶과 작업을 기록한다.
- 연간 4~6회 전시로 100인 아카이브 구축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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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보다 먼저 한 사람 삶 기록"…100인의 전환점 아카이브 구축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미술 전시는 대개 막이 내리면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사진 몇 장과 온라인 홍보물, 짧은 평론만이 흔적으로 남을 뿐이다. 그러나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ETHER(이서)가 내놓은 새 프로젝트는 이 같은 전시 문화의 한계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전시를 감상의 순간으로 끝내지 않고, 한 권의 책으로 남기는 장기 기록 프로젝트다.
ETHER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아카이브 프로젝트 'Portrait'를 공식 시작한다. 전시와 독립출판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해 예술가의 작품뿐 아니라 삶과 작업의 여정을 함께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100인의 작가와 창작자의 이야기를 축적하는 아카이브 구축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의 첫 기록은 'Slow Matter-물질이 기억하는 시간'이다. 전시와 함께 제작되는 첫 번째 소책자(Zine)는 오는 9월 첫째 주 발간될 예정이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관람 경험과 작가의 서사를 출판물 형태로 남겨 시간이 흘러도 다시 읽을 수 있는 기록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승준 ETHER 대표는 "결국 장르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며 "Portrait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 같은 기획을 시작한 배경에는 자신의 삶이 있다. 연극 연출과 광고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던 그는 번아웃을 겪은 뒤 하와이로 거처를 옮겼고, 우연히 흙을 만나 도예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 애슈빌에서 도자를 공부하며 설치미술로 작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도자 전시인가, 미술 전시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받았다. 특정 장르의 틀 안에서 작가를 규정하려는 국내 미술계의 시선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체감했고, 장르보다 창작자의 삶과 서사를 먼저 바라보는 새로운 기록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Portrait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프로젝트가 말하는 '초상(Portrait)'은 얼굴을 그리는 초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시간이 만들어낸 서사를 기록하는 또 다른 초상이다. 작품이 결과물이라면 전시는 과정이고, 출판은 그 과정을 미래까지 남기는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참여 대상도 기존 미술계에 한정하지 않는다.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전환점을 경험한 이들도 프로젝트 대상이 될 수 있다. 미술, 사진, 낭독, 퍼포먼스 등 표현 방식 역시 미리 정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성격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선택해 전시를 구성하고, 그 전 과정을 한 권의 출판물로 엮는다.
선정 기준은 단 하나다. '전환점이 있는 삶'이다. 삶의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뀌고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장르와 직업을 넘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작가 선정은 공개 모집과 자체 리서치를 병행하고, 일반 참여자는 공간 내 북숍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공간 운영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ETHER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북숍과 독립출판 기능을 동시에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국내외 독립출판물과 미술 관련 서적을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한편, Portrait 시리즈는 자체 출판 브랜드를 통해 직접 기획·제작한다.
기존 갤러리가 전시 공간에 머물렀다면 ETHER는 전시 기획부터 편집, 출판까지 이어지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참여 작가 역시 전시뿐 아니라 책 제작 과정에도 함께 참여해 하나의 기록물을 완성하게 된다.
프로젝트는 연간 4~6회의 전시를 목표로 진행된다. 개인전과 그룹전을 유연하게 운영하며, 전시마다 한 권의 소책자를 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출판물들이 차곡차곡 쌓여 100인의 삶과 작업을 기록하는 현대미술 아카이브를 완성하게 된다.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기록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SNS 게시물은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지만, 책은 시간을 견디며 한 사람의 흔적을 남긴다. ETHER가 제안하는 Portrait 프로젝트는 전시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축적되는 문화 자산으로 바꾸려는 실험이다.
예술 작품만이 아니라 예술가의 삶까지 함께 기록하려는 시도는 국내 전시 문화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전시가 끝난 뒤 무엇이 남아야 하는가. ETHER는 그 답을 '기록'에서 찾고 있다.
wind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