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삼성전자가 10일 제주 가정집에 올인원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 히트펌프는 냉방·난방·온수를 하나로 처리하며 효율을 검증했다
- 아파트 적용과 전기요금 체계가 국내 보급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공기 속 열 옮겨 소비전력 대비 최대 5배 난방효율…탄소 감축 효과도
단독주택 넘어 공동주택까지…설치 공간·요금체계 해결이 보급 확대 관건
[제주=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제주 도남동의 한 단독주택. 마당 뒷편과 지하실에 각각 에어컨 실외기보다 큰 히트펌프 한 대와 300L급 물탱크가 설치돼 있다. 기존 에어컨과 보일러가 나눠 맡던 냉방·난방·온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처리하는 삼성전자의 'EHS 올인원'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히트펌프를 한국 주거환경에서도 쓸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제주 가정집에 제품을 설치해 국내 보급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는 실험은 아니다. 한국 특유의 바닥난방 환경에서 난방 성능이 충분한지, 기존 보일러보다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아파트에도 설치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10일 삼성전자 제주 총괄사업장에서 만난 신문선 삼성전자 HVAC개발팀장(상무)은 "가스보일러는 연료를 태워 열을 만들지만 히트펌프는 전기를 이용해 이미 존재하는 열을 옮기는 방식"이라며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히트펌프는 여름에는 실내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냉방하고 겨울에는 외부 공기에 있는 열을 끌어와 집을 데운다. 삼성전자 EHS는 소비전력 1만큼을 사용해 약 5에 가까운 난방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EHS 올인원은 여기에 온수 기능까지 통합해 실외기 한 대를 중심으로 냉방과 바닥난방, 급탕을 처리한다. 여름철 냉방 과정에서 외부로 버려질 열을 물을 데우는 데 활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스보일러 대신할 수 있을까…제주 두 가구가 시험대
제주 애월 김은애씨(54) 집 밖에는 지난 6월 히트펌프와 함께 전용 전기계량기가 새로 달렸다. 겨울마다 월 40만~50만원까지 치솟던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 지원에 자비를 보태 설치한 장치다.
설치 후 약 15일간 계량기에 잡힌 전기요금은 부가세 등을 포함해 약 2만5000원이다. 김씨는 "겨울에는 난방비가 40만~50만원까지 나왔다"며 "지금대로라면 20만원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만~50만원이 실제 20만원 아래로 떨어질지는 올겨울 판가름 난다. 김씨 집은 아직 히트펌프를 설치한 뒤 첫 겨울을 지나지 않았다. 외부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12~2월에도 난방 성능을 유지하면서 실제 고지서 금액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가스·기름보일러를 대체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제주시 도남동 양창희씨(73) 집에서는 실외기 한 대가 냉방과 바닥난방, 생활 온수까지 세 가지 역할을 맡는다. 1992년 지어진 주택에 EHS 올인원이 들어오면서 각각 따로 필요했던 냉·난방·온수 설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합쳐졌다.
양씨는 "여러 실외기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공간을 깔끔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대신 지하실에는 성인 키 절반을 훌쩍 넘는 300L급 물탱크가 들어갔다. 온수와 난방용 열을 저장하기 위한 장치로 물을 채운 제품의 무게는 약 400㎏에 달한다. 실외기는 한 대로 줄었지만, 보일러를 없애기 위해 새롭게 필요한 공간과 무게가 생긴 셈이다.
김씨 집의 '40만~50만원 난방비'와 양씨 집의 '300L·400㎏ 물탱크'는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히트펌프가 한국 가정에서 기존 보일러를 없앨 만큼 비용을 낮추면서도 실제 주택에 들어갈 수 있느냐다. 제주 두 가구는 삼성전자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생활 현장이다.

◆ 아파트가 승부처…'한국형 난방 전기화' 숙제
국내 히트펌프 확대의 최종 승부처는 아파트다. 국내 주거시장에서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만큼 단독주택에서 난방비를 줄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아파트에 설치할 수 없다면 보일러 대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요금체계부터 다르다. 제주 실증 가구에는 히트펌프용 별도 계량기가 설치됐다.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할 수 있고 일반 가정용 누진요금과 다른 요금체계를 적용한다. 반면 다른 지역 아파트에서 기존 주택용 누진제가 그대로 적용되면 난방을 전기로 전환한 만큼 전기요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설치 조건도 풀어야 한다. 300L 물탱크와 약 400㎏의 하중을 감당할 공간, 배관, 세대별 전력 공급 능력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제품 하나를 기존 보일러 자리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정부·관련 기관과 별도 계량기,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공동주택 전력 공급과 설치 기준 등을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상무는 "공동주택에 들어가는 것은 단순히 제품 하나를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전력량과 요금체계, 설치 방식 등 여러 부분을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트펌프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과거에도 제품이 공급됐지만 높은 설치비와 전기요금, 공동주택 적용의 어려움 때문에 가스보일러를 밀어내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정부의 난방 전기화 정책과 별도 요금제 논의, 제품 효율 개선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냉방·난방·급탕을 하나로 묶은 올인원 구조와 한랭지 난방 성능을 앞세워 다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결국 제주의 두 집에서 진행되는 실험의 결론도 하나다.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냉난방기기를 넘어 한국 가정의 보일러를 실제로 없앨 수 있느냐다.
신 상무는 "제주는 국내 난방 전기화 정책이 가장 먼저 추진되는 지역인 만큼 삼성전자에도 히트펌프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실제 주거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테스트베드"라며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기반으로 냉방·난방·급탕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거용 HVAC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