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7일 거제 고현천댐 등 5곳 추진을 밝혔다.
- 고현천댐은 문동저수지 증고로 홍수조절용량 62만t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 전문가는 저류·통수·배수까지 묶은 다중 방어체계를 촉구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지난 달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거제 고현천댐을 비롯한 전국 5곳의 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거제 고현천댐은 1956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된 문동저수지를 증고하고 수문을 설치해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당초 40만t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번 거제에서 발생한 극한호우를 반영해 댐 운영을 개선하고 최대 62만t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현천이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해안하천이라는 점 때문에 상류에서 가능한 한 많은 홍수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8월 거제가 경험한 비를 생각하면 홍수방어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고현천이 범람하고 고현동과 장평동 일대가 물에 잠겼다. 기후가 달라졌고 과거의 강우빈도와 방재기준만으로 도시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재난이 여실히 보여줬다.
따라서 문동저수지의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고현천의 물은 문동저수지에서만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사봉 일원의 문동저수지 유역뿐 아니라 계룡산과 독봉산을 비롯한 주변 산지, 용산소하천 등 도시지역에서 물이 고현천으로 들어온다. 상문동과 고현동 일대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논과 밭, 임야는 아파트와 도로,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땅속으로 스며들던 빗물이 이제는 불투수층인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타고 훨씬 빠르게 하천으로 유입되어 몰린다. 그래서 홍수는 저수량 숫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댐(Dam)의 성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첨두홍수량(Peak Flood Discharge)을 얼마나 낮추고 홍수 도달시간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이다.
문동저수지가 상류에서 내려오는 홍수파를 일정 시간 붙잡아 준다면 고현천 하류의 최고 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동저수지를 거치지 않는 다른 유역에서 발생하는 유출량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난 15년 동안의 고현천 방재정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거제시는 고현동 독봉산 일원에 5만t 규모의 지하터널식 우수저류시설 설치를 추진했다. 총사업비 480억 원 규모로 국비 268억8000만 원, 도비 67억2000만 원, 시비 140억4000만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2011년 5월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했고 소방방재청의 사업대상지 심의까지 거쳤다.
이 시설의 목적은 분명했다.
폭우 때 고현천과 도심 배수체계가 한꺼번에 감당하기 어려운 우수를 지하에 일시적으로 저장해 첨두유출량을 낮추고 도심 침수를 줄이는 한편 저장한 물을 갈수기나 가뭄 때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다시 활용하는 선진형 도시방재시설이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잦고 국토의 상당 부분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거제와 유사한 일본은 이러한 지하 저류시설과 방수로, 배수펌프장을 연계한 선진 다중 방재체계를 오래전부터 구축해 왔다.
그러나 사업은 실행되지 않았다. 거제시는 2012년 재정 부담과 중복투자 등을 이유로 독봉산 저류시설을 변경하고, 고현항 재개발사업지에 대체 방재시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결국 확보했던 국비사업도 원래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도시와 재난·방재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으로서 이번과 같은 극한호우를 경험하고 나니 아쉬움이 크다.
여기서 우수저류시설과 배수펌프장의 기능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수저류시설은 비가 가장 많이 내릴 때 한꺼번에 몰려오는 물을 저장해 첨두유출량을 낮추는 시설이다. 반면 배수펌프장은 저지대의 물이 자연배수되지 않을 때 배수관로를 통해 차집된 물을 유수지에 모아 바다나 하천으로 강제로 퍼내는 시설이다.
저류시설은 물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조절하고, 배수펌프장은 차집된 물을 밖으로 배제한다. 두 시설 모두 도시침수를 막기 위한 시설이지만 수문학적 기능과 작동시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고현지역과 같이 상류 산지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내려오고, 하류에서는 만조의 영향을 받는 해안도시에서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2020년의 저류시설 계획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수립한 '특정하천유역 고현천 치수계획'에서는 문동저수지 제방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독봉산 웰빙공원 맞은편에 약 40만t 규모의 저류조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상류의 집중호우와 만조가 겹칠 때 고현동과 중곡동 등 저지대의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1년에도 고현지역에 우수저류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약 10년 뒤인 2020년에도 다시 대규모 저류시설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온 것이다. 더구나 2021년 경남도가 수립한 '고현천 하천기본계획(변경)'은 2020년 환경부의 '특정하천유역 고현천 치수계획'에서 제시한 홍수방어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변경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2020년 특정하천유역 고현천 치수계획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독봉산 웰빙공원 일원의 40만t 저류시설은 그 뒤 어떻게 되었는가. 2021년 고현천 하천기본계획(변경)에 반영하지 않았다면 어떤 수리·수문분석을 근거로 제외했고, 그 40만t의 저류기능을 어떤 시설이 대신하도록 계획했는지 답해야 한다.
이 문제는 과거 행정을 탓하기 위해 묻는 것이 아니다. 현재 추진하는 문동저수지 기후대응댐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고현천 유역 전체의 홍수방어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현천의 홍수방어는 시설 하나로 완성될 수 없다. 수리·수문학적으로 필요한 체계는 명확하다. 상류에서는 문동저수지가 홍수량을 조절해야 한다. 중간지역에서는 저류시설이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유출량을 한 번 더 줄여야 한다.
고현천은 충분한 통수단면을 확보해야 하고 도심 우수관로는 빗물을 하천과 배수시설까지 원활하게 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류에서는 높은 조위로 자연배수가 어려울 때 배수펌프장이 물을 강제로 바다로 내보내야 한다.
상류 댐-중간저류-하천통수-강제배수. 이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고현천은 바다와 연결된 해안하천이다. 만조 때는 바닷물 수위 때문에 하천의 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수리학에서 말하는 배수위, 즉 백워터(Backwater)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이번 고현천댐 재검토에서도 해안하천으로서 만조의 영향을 고려해 상류에서 최대한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이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상류 저류능력을 높이는 것과 중간 저류시설, 하천 통수능력, 도시 배수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서로 대체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에는 여러 방어시설을 겹겹이 배치하는 다중 홍수방어체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댐 재검토 과정에서 김천 감천댐과 의령 가례천댐에 대해 댐 건설만을 고집하지 않고 하천정비, 천변저류지, 기존 저수지 연계운영 등 대안을 검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수를 막는 목적을 먼저 세우고 지역 여건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거제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문동저수지 증고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면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와 경상남도, 거제시는 이번 기회에 올해 실제 강우를 적용해 고현천 전체 유역의 수문·수리모형을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문동저수지를 증고했을 때 첨두홍수량이 초당 몇 ㎥ 줄어드는지, 고현동·중곡동 등 저지대의 최고 홍수위가 얼마나 낮아지는지, 홍수 도달시간이 얼마나 늦어지는지를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문동저수지를 통과하지 않는 다른 소유역에서 발생하는 홍수량을 어디에서 어떻게 감당할지도 함께 밝혀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한다. 2011년 5만t 독봉산 우수저류시설과 2020년 40만t 저류시설이 두 차례나 필요시설로 검토됐다면 현재 고현천 유역에 그 기능에 상응하는 저류능력이 실제로 얼마나 확보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확보돼 있다면 위치와 용량, 기능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면 된다. 부족하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
주민 문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문동저수지를 높이면 수몰 범위가 달라지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주민이 생길 수 있다. 국가가 시민의 안전이라는 공익을 위해 주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면 그 사업이 다른 대안보다 얼마나 효과적인지, 홍수피해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먼저 입증해야 한다.
아직 첫 삽을 뜨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검토는 늦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제대로 따져볼 수 있는 때다. 기후위기 시대의 치수는 댐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에 떨어진 빗물이 계곡을 지나 하천으로 들어오고 도시의 우수관로와 저류시설을 거쳐 바다로 빠져나갈 때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관리하는 것이 유역치수다.
지난 15년 동안 고현천에는 여러 치수·방재계획이 만들어지고 변경됐다. 이제 그 계획들을 한 장의 지도 위에 다시 펼쳐놓고, 문동저수지 기후대응댐을 포함한 고현천 유역 전체의 홍수방어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댐 하나에 홍수를 맡길 것이 아니라 상류저류, 중간저류, 하천통수, 강제배수가 함께 작동하는 다중 홍수방어체계를 갖추는 것.
그 대책이 이번 물난리를 겪은 시민들에게 다시는 같은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치와 계획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거제가 시민에게 내놓아야 할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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