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마약회복협회 찾은 기자가 단약자들 만났다
- 평범한 이웃처럼 보였지만 삶은 무너져 있었다
- 호기심에 시작해도 갈망과 후유증이 남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뉴스를 통해 숱하게 접한 문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었다. 주변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마약 투약자를 마주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통계상 마약 범죄나 유통량이 늘었다 한들 마약 소비층은 여전히 우리와 동떨어진 '특정 소수'의 일탈일 것이라고 막연히 선을 그어왔다.
그렇기에 단약을 결심한 이들을 직접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컸다. 지난달 마약 관련 취재차 한국마약회복협회를 찾았다.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길에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미디어나 영화에서 보던 거칠고 특이한 마약 사범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주 앉은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평범했다.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자연스레 스몰토크도 나누는 모습은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웃과 다를 바 없었다. 지레짐작하며 경계했던 낯선 범죄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처럼 평범한 이들이 마약을 접하게 된 과정은 허무할 정도로 쉬웠다. 단순한 호기심에 스마트폰을 몇 번 검색하거나 지인의 가벼운 권유로 시작하는 식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나 마약의 문턱은 활짝 열려 있었다.
하지만 시작이 쉬웠던 것에 비해 이들이 치르고 있는 대가는 참혹했다. 찰나의 호기심은 평생 족쇄처럼 시달려야 하는 '갈망'으로 돌아왔다. 한번 갈망이 찾아오면 오직 마약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지배당한다. 그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참고 견디는 것뿐이다. 20년 넘게 마약에 빠져 있었다는 A씨는 갈망이 덮칠 때마다 어머니를 붙잡고 하염없이 운다고 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찾아오는 지옥 같은 갈망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삶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마약은 신체에도 돌이킬 수 없는 흉터를 남겼다. 약 4년간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B씨는 뇌 손상을 입었다. 인터뷰 중에도 방금 들은 질문이 무엇인지 몇 번이나 되묻던 그는 결국 가져온 노트북에 질문을 적고 되뇌고 나서야 답변을 이어갔다. C씨는 심각한 신체 변형을 겪고 있었다. 뒷머리 쪽이 함몰돼 움푹 파인 상태였다. 그의 나이는 고작 마흔둘. 지나온 날보다 앞으로 나아갈 날이 더 많은 나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협회로 향하며 품었던 막연한 두려움이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걱정과 달리 마주 앉았던 이들은 낯선 범죄자가 아니라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매일같이 뼈를 깎는 고통을 버텨내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누구나 호기심만으로도 쉽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하지만 가볍게 넘어선 문턱과 달리 출구를 찾는 길은 너무나도 좁고 가혹하다. 다시 평범했던 어제로 돌아가기 위한 이웃들의 처절한 사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