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김윤경 국제칼럼]경제활성화는 경제민주화 반대말이 아니다

기사입력 : 2013년07월31일 11:17

최종수정 : 2013년07월31일 14:11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정부가 올해 세제 개편안을 두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다음 달 8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지만 고심중인 내용은 이것저것 많이 알려졌다.

이번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공방과 논란은 예년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것 같기도 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첫 해 효과가 아닐까.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우리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새 정부의 역할과 임무를 보는 눈이 더 매섭기도 하고, 대통령 선거 전 일었던 경제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도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직접 취재를 하지는 못했고 간접적으로 듣고 본 정부의 세제 개편 '예상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이것이다. 경제 민주화에 어퍼컷을 맞을 것이라고 징징댔던 대기업들에는 생각했던(혹은 요구됐던) 것보다는 규제의 정도를 완화해 줄 것이란 예상.

대기업들이 자기 아들 같은 관련인이 갖고 있는 물류, 광고 계열사에 일감을 싹 몰아줘서 돈 벌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세금 물리기를 줄여줄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라면 상당 규모의 증여세를 내야했던 재벌가 경영진들은 부담을 한결 덜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축소하기로 한 것은 예상이 아니라 '팩트'다. 국세청은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격적인 발본색원에 나서서 세금을 거둬들이겠다고 했으나 세무조사가 무섭다고 우는 기업들에게 귀를 기울여 당초 예정됐던 세무조사 건수를 좀 줄이기로 했다.

정부의 명분은 경제 살리기, 경제 활성화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경제 민주화한다고 기업 기를 꺾어놔선 안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호응해준 것이다.

(출처=이코노미스트)
이렇게 되면 계획보다 세원 발굴이 줄어들고 징수도 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른 곳에서 메워야 하는 법.

여기서 나오는 얘기가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낮출 것이란 예상이다. 

이미 정책적인 목적, 즉 무자료 음성 거래를 양성화해 과세하려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보기 때문에 폐지론까지도 나왔지만 공제거리가 별로 없는데다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의 원성이 높아서 어떻게 확정될 지는 모르겠다. 원칙적으로야 폐지를 한대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직장인들은 '받았던 선물을 빼앗기는' 식의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요즘은 좀 잠잠해졌는데 연초부터 담뱃세 인상도 뜨거운 이슈였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라고 하면 크게 반대할 명분을 대긴 어렵다. 

그런데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받겠다던 취지는 어디서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고, 재벌들을 몰아칠 것처럼 야단법석을 치더니 슬그머니 세무조사나 세금 징수를 줄여준다고 하면서, 담뱃세 인상이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 같은 것을 들고 나오면 비로소 "서민 호주머니만 털려고 하느냐"는 비판이 가능해진다. 정치권에도 서민을 방패막이로 포퓰리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셈이다. 

정책에 있어 중요한 덕목은 일관성이다. 혹세무민(惑世誣民)도 없어야 한다. 경제 민주화 붐을 타 집권한 뒤 이를 실천할 것처럼 움직여 기대를 모으더니 슬그머니 "지금은 경제 활성화가 더 중요한 때"라며 마치 경제 민주화와 경제 활성화가 '반대말'인 것처럼 굴며 손바닥을 뒤집는 건 일관성을 깨는 것이자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들에 비해 고용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고용 창출에 나서야 소비가 살고 궁극적으로 경제에 활기가 돌 수 있다. 그렇지만 고용 창출을 위해서 기업들 독려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인센티브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굳이 경제 민주화를 위해 추진하던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해주겠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다.

기업 눈치보는 거야 미국도 다르지 않다. 

중산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타협안을 내놓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출처=월스트리트저널)
요즘 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려 지역을 돌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테네시주 채타누가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가진 연설에서 법인세율 인하 카드를 내놨다. 중산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타협안(Grand Bargain)이다. 현행 최대 35%인 법인세율을 28%까지 내리고 제조업체에 대해선 25%까지 낮춰주기로 했다.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 법인세율 인하는 대선 때 이미 약속했던 것이었다는 점. 티모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도 작년 말 "2년 여간 고민해 왔다"며 대강의 얼개를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공화당이 요구했던 대로 기업에 혜택을 주겠으니 정부가 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에 대한 반대를 접어달라고 정중히 청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타협안에도 문제는 없지 않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의 부자 기업들은 법인세율을 내려준다고 해서 쉽게 미국 연방정부에 세금을 내게 될 지 의문이다. 이들 기업은 이미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 같은 것을 두고 돈을 빼돌려 쌓고 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대로 지난 2009년에도 8000억달러가 넘는 경기 부양안에 합의해줬지만 경제 살리기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뭘 또 합의해 달라는 것이냐고 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관성만큼은 분명히 있다.

개인적으론 오바마의 대타협안이 때마침 잘 나왔다며 우리 재계나 정치권에서 '벤치마킹(?)'하려 들 지도 모른다는 기우도 든다. 미국은 이렇게 기업들 숨통을 틔워주려 법인세율을 내려주는데 우리는 왜 더 걷겠다고만 하는 거냐, 그러면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 건 심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정부는 또 기업들 달래주려 이들의 목소리에 흔들릴 것인가.

2011년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법인세율(출처=OECD)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 과제로 내세우자 당장 대기업들 잡아먹을 것처럼 굴었던 정부다. 그러나 대통령이 기업을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한 마디 하자  곧바로 경제부총리와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과 관세청장 등이 회동을 갖더니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하는데 "일관성이 있다"고 평가할 순 없을 것 같다.

오늘 한 신문은 난타를 당하고 있는 정부가 안됐다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세제 개편안 발표도 하기 전에 이렇게 난타당하면 정부가 뭘 어떻게 추진하겠느냐"는 것. 세제 개편에 대한 저항이나 떼쓰기만 불러오고 있다고 썼다. 정부 대변인이 쓴 기사 같다.

정책 발표 때까지 기다려 언론이 '받아쓰기'만 할 거면 사전에 정책 방향이 어떻게 갈 지 취재같은 것 안해도 좋다. '사회감시기능'까지 들먹이고 싶진 않지만 기자들은 필경사가 아니다. 때문에 정책이 어떻게 짜여질 지 미리미리 취재를 해야 한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판단되는 정책적 방향이나 내용이 있으면 기사로 써서 사회의 판결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월급을 더 받고 세금을 덜 내거나 하진 않지만 말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조직 개편 방식 '안갯속'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 발표가 오는 8월 13일로 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달 말 대국민보고를 할 계획이었지만 미뤄지면서 정부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방식은 안갯속이다. 26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위는 정부 조직 개편안 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막바지 정리 작업 중에 있다. 개편이 유력한 기획재정부와 검찰 조직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2025.07.22 gdlee@newspim.com 국정위는 당초 이달 중 대국민보고 등 주요 일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국정위의 법적 활동 기한은 60일로 오는 8월 14일까지 활동할 수 있다. 1회 한해 최장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국정위는 조기에 활동을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국정위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린 데는 정부의 첫 조직 개편인 만큼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산업자원통상부의 기후와 에너지 파트를 분리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의 반발도 나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 대통령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방미 일정이 잡힐 수 있다는 점도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진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기재부의 예산 분리 기능과 검찰청 폐지가 담길 것이 유력하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앞서 "기재부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것과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공약 방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조직 개편은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해 과거의 기획예산처를 되살리고 나머지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안 ▲예산처가 아니라 재무부를 신설하는 안 ▲기재부 내에서 기능을 조정하는 안 등이 거론돼 왔다. 이 방안들을 놓고 국정위는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정위는 초안 등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청 폐지 골자의 검찰 조직 개편안도 이번 조직 개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는 검찰 권력의 핵심인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신설해 여기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이곳으로 넘기기로 했다. 다만 수사권을 행안부 산하에 둘지 법무부 산하에 둘지를 두고는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 방안을 놓고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융위 해체 차원의 '금융위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조직 개편안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여당에서 기획재정부 내 국제금융 업무를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금융위 존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위 해체론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역시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ycy1486@newspim.com 2025-07-26 07:00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