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귀면 키스는 언제 해요? 명색이 플랜맨이 그런 계획도 안 세우나?”라고 정재영에게 당돌하게 묻는다. “아저씨도 내가 미친년이라 싫어요?” 곱창에 소주를 마시며 거참 서럽게도 운다. 자신을 가지고 논 남자의 머리를 기타로 내리치며 “이 정도는 해야 미친년 소리 들어도 안 억울하지”라고 눈알을 부라린다. 청순의 대명사 배우 한지민(32) 맞나 싶을 정도로 매섭고 파격적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한지민이 영화 ‘플랜맨’으로 돌아왔다.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이번에도 당시만큼이나 색다른 캐릭터다. 극중 그가 열연한 유소정은 진솔하지만 엉뚱하고 쾌활한 인물이다. ‘조선명탐정’ 속 관능적인 모습만큼이나 임팩트가 강하다.
영화 개봉 당일 마주한 한지민에게 예쁘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라는 인사를 건넸다. “제가 모두 사로잡아 보냈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이내 “피곤해 보이지 않느냐? 그냥 예쁘다는 소문은 근거 없는 소문으로 하자”고 까르르 웃었다. 꾸준히 해온 봉사활동 덕인지 얼굴에서는 특유의 선한 인상이 묻어났다. 너무 얌전하지 않은, 발랄하고 때로는 당돌한 성격은 오히려 그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켰다. ‘이 정도면 대중이 호감을 가질만한 배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가 ‘한지민의 변신’이라 불리는 것은 그간 보여준 이미지가 큰 몫을 했다. 한지민은 그동안 드라마를 통해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나 스크린에서만큼은 달랐다. 영화 ‘해부학교실’(2007)에선 묵직한 이미지를, ‘조선명탐정’에서는 도발적인 매력으로 생각지도 못한 변신을 꾀했다.
“사실 드라마는 장르가 완전히 다르지 않은 이상 여배우들의 패턴이 비슷하게 흘러가죠. 아무래도 결국엔 멜로를 담당하게 되잖아요. 여자 간의 복수극이나 메티컬같은 장르물이 아닌 이상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죠. 처음엔 캐릭터를 갖고 가도 멜로가 시작되면서 수동적이 돼요. 그래서 영화에서는 분량이 적더라도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또 영화는 두 시간 동안 캐릭터가 많이 힘을 잃지 않아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여유도 있죠. 혹시 기회가 된다면 미스터리나 스릴러도 해보고 싶어요. 약간은 어둡고 추리하는 걸로요.”
“물론 주변에서 이야기하고 한두 명씩 결혼할 때마다 곧 해야겠구나 하죠. 근데 상대방이 중요한 거잖아요. 나이가 찼다고 급한 마음으로 끝낼 일은 아니죠. 솔직히 당장은 안 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서른 살 되고부터 인생을 즐겁게 살자 다짐했거든요. 그전에는 집순이라 노는 거에 관심이 없었죠. 근데 지금은 작품은 물론, 일상적인 생활 안에서 많이 변해서 아직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답니다. 근데 또 몰라요. 나중에 갑자기 콩깍지가 씌어서 갈지는(웃음)…. 그 어떤 거 보다 계획할 수 없는 게 결혼 아닐까요?”
결혼 이야기에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추가했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2012)에서 호흡을 맞춘 박유천 같은 연하남이 좋은지, 이번 작품에서 함께한 정재영 같은 연상남이 좋은지 물었다. 갑자기 친언니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언니 누구랑 해야 해? 결혼한 사람이니까 이야기해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남자는 나이로만은 진짜 몰라요. 엄청 연상이라도 되게 아이 같을 수 있고 또 어린 남자도 어른스러울 수 있잖아요. 전 환경을 중시해요. 자라온 환경이 비슷하면 좋겠어요. 이제 저도 나이를 따질 입장은 아닌 거 같고요(웃음). 환경적으로 비슷하게 자랐거나 가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 아무래도 편하겠죠. 같이 있으면 긍정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 있잖아요. 사실 결혼은 생활을 같이하는 현실이잖아요.”
“저 영화 왜 이렇게 많이 봤죠? 한가했나 봐요. 근데 이미 대중이 ‘변호인’은 많이 보셨을 테니 부담되지 않아요(웃음). 사실 요즘 외화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 와중에 한국영화가 장르적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거에 대해 배우로서 되게 반갑답니다. 사실 예매율이 신경 쓰이거나 경쟁한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다만 저희 영화를 보고 관객이 느끼는 게 중요하죠.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 그렇게 술 자주 마시진 않아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