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상수지 흑자, 국민 삶의 질로 나타났을 때 의미"
[뉴스핌=김민정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경상수지 흑자는 좋은 것이지만, 국민 삶의 질로 나타났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그 동안 정부가 유지해 왔던 고환율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비전으로 내놓은 가치가 ‘국민행복’이라는 점과 시그니처 경제정책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수출-내수의 균형 성장’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최경환 후보자가 이끌 제2기 경제팀이 내수활성화를 위해 원화 절상을 어느 정도 추가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 최 후보자 “환율은 국민행복이 같이 가야”…원화절상 용인 시사?
최경환 후보자는 지난 주말 기자들과 만나 “환율(정책)은 국민 행복이 같이 가야 한다”며 “자기 나라 화폐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소득이 올라가서 구매력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용인하면서 국민들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 활성화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지금껏 우리나라는 수출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니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경제 성장이 6∼7%라도 나에게 돌아오는 건 뭐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이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수출이 잘됐다고 하면 흑자가 나기에 좋지만 그 효과가 국민 삶의 질로 나타났을 때 의미 있는 것이며 그런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최 후보자의 스탠스에 원/달러 환율이 보다 빠르게 세 자릿수 진입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출주도 한국경제 특성상 일정수준의 고환율 정책은 부작용보다 순기능이 컸다”면서도 “내수 소비활성화와 고용창출, 삶의 질 개선 등과 유리된 수출성장이 계속되면서 환율정책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강세를 용인하는 정책 프레임의 변화는 국민 구매력 개선과 내수시장의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정책 변화가 구조적으로 원화강세를 유인하고 수출환경을 억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가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동한대 따른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에 정책 초점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김효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원화 강세 용인과 부동산 규제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며 “그 이외에 기업 배당 확대, 세제혜택 금융 상품 도입 등 언급한 내용들을 보면 내수 활성화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 환율의 수출 영향 줄어…원화절상에도 수출 호조 지속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준다. 현오석 부총리는 올 초 파이낸셜타임즈(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화 강세와 관련해 “1970∼1980년대 대비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했을 것”이라며 “한국의 산업구조가 과거 가격 민감 제품 위주에서 기술 발전·마케팅 역량 강화로 변해 환율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지속되고 있는 원화강세 속에서도 수출호조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사상 2번째로 많은 503억달러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달러를 기록했다. 6~7월에는 수출이 다시 한 번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기재부는 최 후보자의 발언이 높은 환율에도 소득의 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원론적인 지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과도한 쏠림현상이나 변동폭을 예의주시한다는 기존의 정부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움직임에 쏠림 현상이 부분적으로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환율이야 말로 시장에서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고 있으나 급격한 변동은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