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개혁 끈 놓고, 부양책 드라이브 거나, 취임 13년 최대 딜레마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경제성장률 둔화∙수출입 급감∙물가상승률 하락 등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중국 금융당국이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행장이 13년전 취임 이후 처음 맞닥뜨린 디플레 위협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고, 불경기 타개를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중앙은행 행장 13년래 최초 디플레, 저우샤오촨의 고민
10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동기대비로는 0.8% 상승에 그치며 지난 2009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4.3%로 2012년 3월 이후 3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1월분 수출입 성적표도 실망스러웠다. 8일 중국 세관 격인 해관총서는 중국의 지난달 수출입 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2조900억 위안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수출액은 동기 대비 3.2% 줄어든 1조2300억 위안, 수입액은 19.7% 감소한 8600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이 전년 대비∙전월 대비 모두 감소한 와중에도 수입액이 무려 20% 가까이 급감하면서 지난달 중국 무역수지 흑자액은 사상 최대치인 600억3000만 달러를 기록, ‘불황형 흑자’를 연출했다.
실물경제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을 인물은 단연 저우샤오촨 행장. 중앙은행 행장 재임 13년 동안 이런 경기 디플레 우려는 처음 겪는 일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나 지준율 인하 같은 중앙은행 관할 업무뿐만 아니라 심지어 감세나 사회보험비용 인하, 급여 인하 등까지 저우샤오촨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세는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 사회보험비용과 급여 인하는 국무원 국유자산감도관리위원회의 몫임에도 관련 ‘상소문’까지 저우샤오촨 앞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
이에 관해 북경상보(北京商報)는 전문가를 인용, 저우샤오촨이 어쩌면 가장 간단한 방법을 고려 중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찍어내면 수월하게 일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외국환평형 기금이 줄어들고 디플레가 임박한 지금이 바로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최고의 적기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대표적 사례라고도 전했다.
생산과잉 문제가 심각한 업계들은 채무상환기한 연기를 기다리고, 도태 직전의 중소형 민영기업들이 배를 곪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우샤오촨이 쉽게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 카드를 꺼내지 않는 것은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때문이란 풀이다.
미국이 3번의 양적완화(QE)를 통해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던 것도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으로, 모든 통화 완화정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님을 상기시켜준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저우샤오촨의 또 다른 생각은 그가 구조적 개혁을 위한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중일 것이라는 점이다.
통화완화 정책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둔화를 막는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중국이 투자와 저가 노동력에 기반한 과거의 성장모델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통화완화 정책이 경제 경착륙을 막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를 지나 경제개혁에 성공하고 새로운 경제성장 포인트를 발굴한다면, 통화완화 정책으로 어려운 시기를 넘기려고 했던 ‘도박’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오샤오촨 입장에서는 경제급랭을 막고 디플레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최대의 정치임무임을 간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경제정책 결정의 옳고 그름은 정치적 목표라는 기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 특히 중국에서는 많은 정책을 중앙은행 행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중앙은행이 소화해야 한다.
중국 경제가 1월 약세로 출발한 데 이어 올해가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은 일찍이 경제성장을 구간별로 관리하고 경기 하락에 여유를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의 밑바탕에도 ‘경기 하강의 마지노선을 사수한다’는 의지는 확고하기 때문에, 일단 경제 급랭이 정치안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상한선'이 없는 시장 구제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즉, 때가 되면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할 것이고, 특히 2월 경제지표 또한 부진할 경우 금리 및 지준율 인하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저오샤오촨은 지난해 3∙4분기 통화정책집행보고서 발표 이후 “어떤 통화정책 사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망역재경(網易財經)은 인민은행이 금리 및 지급준비율 조정뿐만 아니라 새로운 통화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저우샤오촨 거취 주목, 내달 전인대서 결정
중국 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최고의 디플레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저우샤오촨의 거취도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저우샤오촨은 지난 2002년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 행장에 취임해 13년간 중국 중앙은행 수장을 역임하며 중국 금융개혁을 진두지휘 해왔다. 통화정책 전문 관료로, 국제 금융계에서의 영향력을 인정받아 '미스터 런민비'로 불리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신설 권력기구인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개혁소조)′ 43명 멤버에 포함되었다.
1948년 출생 올해 67세로, 중국 관료의 퇴직연령인 65세를 넘겼고 따라서 규정대로라면 지난해 인민은행 행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높은 지명도 ▲뚜렷한 개혁의지 ▲통화정책 안정성 유지 등을 고려할 때 그를 대신할 인물이 없는 것으로 판단, 예외적으로 인민은행 행장에 유임되었다.
인민은행 행장 연임 결정 당시 세간에서는 저우 총재가 약 2년간 행장을 더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후 저오샤오촨이 추진해온 금리 자유화 등 금융시장 개혁 이를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행장 교체가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며,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지난해 9월 중국 당국이 인민은행 행장 교체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저오샤오촨의 거취는 내달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부행장 4명 중 3명이 교체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 부행장은 후샤오롄(胡曉煉)은 중국 수출입은행 회장으로 옮기고 리둥룽(李東榮)은 은퇴할 예정이다. 또 은퇴하는 리 부총재의 후임으로는 궈칭핑(郭慶平) 인민은행 행장조리가 내정됐고, 지난해 중국 재정부 종합판공실 부주임으로 자리를 옮긴 이강(易綱)의 부행장 자리 역시 다른 인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이며, 판궁성(潘功勝) 부행장만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