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도 또 하나의 전략…대기업, 신성장사업 강화
[뉴스핌=김연순 기자]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도 수출경쟁력 약화에 따라 전반적으로 국내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요 대기업들도 선제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서는 모습이 역력하다. 내년도 기업경영 핵심 키워드 역시 긴축이다. 다만 정부의 스마트카 등 신성장동력 지원 강화 정책에 발맞춰 삼성·현대차·SK 등 주요 기업들도 신성장 사업 강화라는 '선택과 집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중국 등의 추격으로 주력산업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신산업 성장이 아직 보완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도 경제도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성장률을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을 당시 3.3%보다 낮은 3.1%로 0.2%p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이후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하향 조정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론 2%대 전망까지 제기된 바 있다.
◆ 삼성 등 대기업 긴축경영 확산…'비용절감·군살빼기'
중국 등의 추격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주요 대기업들도 올해 뿐 아니라 내년을 위기국면으로 상정하고 긴축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235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최고경영자(CEO) 중 52.3%는 내년도 경영계획의 방향성을 '긴축경영'이라고 답했다. '현상유지'라고 답한 CEO는 30.2%였고 '확대경영'은 17.4%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긴축경영' 응답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12월 조사(67.1%) 대비로는 낮은 수준이나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동시에 국내 주요 CEO들은 내년 경제성장률(GDP 기준)이 평균 2.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의 선제적인 대응을 보면 이 같은 긴축 분위기는 뚜렷하다. 삼성은 현장 중심 실용주의 노선을 큰 방향으로 잡고 비주력사업인 화학사업을 정리했다. 또한 일부 계열사는 사옥 매각을 검토하고 인력 재배치, 연구조직 인력의 현장 전진 배치, 희망퇴직 권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올해 승진자 및 임원 규모를 예년보다 줄인데 이어 지원조직은 축소하고 현장 자원을 늘리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 상태다. 내년 역시 비용절감, 군살빼기가 삼성의 핵심 경영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계획에 대해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확실하게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하면서도 반도체 투자의 경우 올해 앞당겨 집행한 부분이 있어 감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영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재편과 비용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내년 국내외 경기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그룹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방침을 수립할 전망이다.
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역시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를 지난해 대비 20% 이상 줄였고, SK하이닉스도 소모폼, 출장비 등 일반 경비를 내년에 30% 정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의 경우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방위 희망퇴직 권고에 나서고 등 불투명한 내년 전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사진=뉴스핌DB> |
◆ '신성장 사업엔 집중'…정부도 적극 지원 방침
다만 삼성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조 속에 미래 먹거리,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와 강화 기조는 또 하나의 경영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스마트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향후 계열사간 협력을 강화해 전자장비 부품 전 범위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이 같은 결정은 중국 등 전방위 추격 속에 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으론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전장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은 업종파괴가 현실화되고 있고, 업종간 융합을 통해 신규 먹거리를 찾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최근 자율주행차의 반도체 칩을 직접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고, SK도 내년부터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한 핵심 성장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 및 자동차부품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구본준 부회장을 LG 신사업추진단장에 임명하는 등 그룹을 중심으로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미래성장 사업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도 이 같은 대기업들의 신성장 사업 강화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 등 19대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2조원 늘리기로 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제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할 때"라며 "주력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밸류체인, 즉 고부가가치에 전력투구하게 하고, 글로벌 벤처 육성으로 주력산업 둔화 부분을 메워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신성장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