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vs. 약세 전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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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오는 28일 일본은행(BOJ)이 추가 완화정책을 도입해 최근 강하게 치솟은 엔화 가치를 끌어 내리고 다시 '엔저(円低)' 쪽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을 비롯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BOJ 정책 결정과 그에 따른 엔화 반응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BOJ와 엔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이 더 커졌다.
게다라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 향방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28일 새벽 공개될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BOJ 추가 완화 vs. 동결 여부도 '예측불허'
지난 1월 파격적으로 제시했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카드에도 엔화 및 시장 움직임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BOJ가 추가 완화에 속도를 더 낼 것인지 아니면 일단 관망세를 취할 것인지를 두고 전망은 가지각색이다.
일본은행(BOJ) 로고 [출처: BOJ사이트] |
앞서 공개된 블룸버그 서베이에서는 41명의 애널리스트들 중 18명이 정책 동결을 점쳤고, 나머지 23명은 추가 완화를 예상했다.
IB들도 서로 다른 정책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노 마사아키는 "이번 회의에서 일부 정책 미세 조정이 있을 지는 몰라도 자산매입과 같은 주요 정책에 변동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BOJ가 마이너스 금리 효과에 대해 상당히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 무라시마 기이치는 소심한 추가 완화에 나섰다간 BOJ 정책 아이디어가 바닥났다는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현상유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음 달 일본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주최한다는 점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골드만삭스, UBS 등은 추가 완화를 점치고 있다.
CS 애널리스트 시라카와 히로미치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BOJ가 금리를 마이너스 0.1%에서 마이너스 0.2%로 내리고 은행 대출 금리도 마이너스 0.2%로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 이코노미스트 바바 나오히코는 시장이 현재 3조3000억엔 수준인 BOJ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가 5조~6조엔 정도로 확대되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데 골드만은 이 규모가 7조엔 수준으로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늘 것으로 예측했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좀 더 파격적인 완화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자산매입 규모를 20조엔 더 확대하고 금리는 마이너스 0.3%로 내리는 한편 은행 대출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예상했다.
◆ 엔화 전망도 '오리무중'
일본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BOJ 정책 결정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다양한데 더 큰 문제는 각각의 정책 결정이 불러올 시장 효과는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달러/엔 환율은 4월 초 107엔대까지 밀렸다가 지난 주말 BOJ의 마이너스 금리 대출설 등 추가완화 관측에 갑작스레 힘이 실리면서 110엔 위로 반등한 상태다.
FT는 BOJ 정책 전망이 엇갈리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더해졌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도 연준의 정책발표가 나올 때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월 금리 인상에 대한 힌트가 나온다면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BOJ도 그만큼 운신의 폭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 외환 전략가 마크 챈들러는 "이번 주 BOJ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시장에 놀라운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BOJ의 추가 완화 전망에 무게를 똑같이 실은 모간스탠리와 골드만도 엔화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골드만은 BOJ가 6월 보다는 이달 추가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으며 앞으로 1년 뒤에 달러/엔 환율은 130엔까지 올라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모간스탠리는 엔화가 주요 10개국 통화 중 펀더멘털 차원에서 가장 저평가 된 통화라며 단기적으로는 달러/엔 환율이 상방 리스크를 갖고 있지만 올 3분기 말에는 달러/엔 환율이 105엔 수준까지 밀릴 것이라며 엔화 강세를 점쳤다.
일본 수출업체들 사이에서도 엔화 강세 전망이 우세한 모습이다.
26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수출업체들이 올해 엔화 강세를 예상해 선물환 거래에 나서고 있으며, 이 때문에 엔화 약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주 달러/엔 환율이 110엔대 수준을 기록했을 때 수출 기업들이 엔화 매수 포지션을 취하기 시작했고 이는 이번 회계연도에 117.46엔 정도로 점쳐지던 대형 제조업체들의 예상 환율이 110~115엔 정도로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소속 다카시마 오사무는 이 경우 110~112엔 정도에서 상당한 엔 매수 수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엔화 가치 하방 압력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시간 기준 26일 오후 1시58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11.02엔으로 전날보다 0.15% 하락 중이다.
달러/엔 환율 1년 추이 (엔화 가치와 반대) <출처=블룸버그> |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