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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알리안츠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 진짜 속내는...

기사입력 : 2016년05월03일 15:21

최종수정 : 2016년05월03일 15:27

재테크 상품 판매 한도 규제 회피 위한 몸집 부풀리기

[뉴스핌=이승환 기자]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글로벌 M&A 시장 큰 손 중국 안방보험 그룹(安邦保險集團,이하 안방보험)의 수익 구조와 자산 매입 전략이 수면 위로 드러냈다. 안방보험은 자산 규모에 따른 재테크 상품 취급 한도 제한 등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산을 매입하고 다시 헐값에 자회사에 넘기는 과정을 반복,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최근 이례적으로 그룹 산하 4개 보험회사들의 2015년도 실적을 발표했다. 비상장사로서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안방보험이 자회사의 매출, 수익구조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방보험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 상황은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새 총 자산규모가 2.5배 넘게 급증한 것. 특히 동양생명 인수를 주도한 자회사 안방인수(安邦人壽)의 자산 규모가 9216억1900만위안으로 1년새 670% 늘어났다. 이는 중국 상장 보험사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신화보험(新華保險)그룹의 전체 자산 규모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3위인 태평양보험(太平洋保險)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기간 또 다른 자회사인 안방재산보험(安邦財險)의 자산이 3500억위안까지 늘어난 점을 감안했을 때, 안방보험 그룹의 총 자산규모는 1조9000억위안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중국 최대 상장 보험 기업인 중국인수의(中國人壽) 총자산 1조9600만위안에 맞먹는 규모다. 앞서 2014년 안방보험은 공식 폼페이지를 통해 총 자산규모를 7000억위안으로 발표한 바 있다.

동시에 순이익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안방인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96억60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31% 증가한 수치로, 중국 2위 보험사 평안보험의 177억28만위안보다도 많다. 이로써 안방인수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중국 금융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35%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안방보험의 자산규모와 당기순이익이 급증한 배경으로 보험 영업 매출 증가가 아닌 동양증권 인수를 비롯한 자산 매입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자산 매입이 당국의 재테크 상품 판매 한도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몸집 부풀리기'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제일재경이 안방인수의 재무상황을 분석한 결과, 해외자산 M&A 매입의 결과물로 볼 수 있는 장기지분투자 자산, 미수 투자자산의 규모가 각각 881억위안, 723억위안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방증권이 해외에서 인수한 기업, 부동산 등의 자산 규모가 1600억위안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지난 2014년 이후 안방보험의 자산 인수 목록에는 뉴욕의 랜드마크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벨기에 델타로이드 은행, 네널란드 보험사 비밧(VIVAT)보험, 한국 동양생명, 알리안츠 한국 법인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안방보험이 이처럼 자산 매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고객 유치에 유리한 단기 이재(재테크) 상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통상 중국의 신흥 보험사들은 진입 문턱이 높은 일반 보험상품보다 변액 유니버셜 보험 등 재테크 혼합 상품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보험 당국은 중·단기 재테크 상품을 통한 보험료 수입 한도를 최근 분기말 기준 투입자본 혹은 순자산의 2배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이로 인해 안방보험이 재테크 상품을 통해 영업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안방보험은 산하의 주력 보험사인 안방인수에 매입한 자산을 헐값에 양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안방보험은 네덜란드 4위 금융그룹의 자회사 비밧 보험 지분 100%를 1억5000만유로에 인수한 뒤, 지난해 7월 안방인수에 단돈 1유로에 양도했다. 이는 안방인수는 90억위안에 육박하는 자산을 확보하는 대가로 8.5위안을 지불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중국 보험업계의 한 전문가는 “(안방보험이) 보험료 수입-자산확보 및 이전-영업한도 확대-자산매입을 반복하며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공격적인 재테크 상품 판매를 통해 기존 전통 보험업체들의 틈을 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안방인수의 신규 보험료 수입이 처음 1260억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 보험업계 2위 기업인 평안보험의 보험료 수입이 1328억위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위권에 머물러 온 안방인수의 보험 사업이 지난 몇년 새 업계 3위로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다만 신문은 이에 대해 "신규 보험료의 대부분이 변액 유니버셜 보험 등 재테크 상품 가입자 증가에 따른 것으로, 전통적인 보험만 놓고 보면 안방보험의 경쟁력은 여전히 10위권 밖으로 뒤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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