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연속 설비투자 감소…부동산 투자 '거품' 우려
고용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 감소…'생계형 창업'에 내몰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한국경제가 연초부터 투자와 고용, 소비 등 주요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비무역장벽 가속화 등 대외 악재에 이어 국내 부문마저 위축되면서 올 한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른바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고용사정이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고 소비심리도 바짝 얼어붙었다. 안정적이었던 소비자물가도 최근 공공요금과 장바구니 물가를 중심으로 인상폭이 커지고 있다.
투자는 더욱 심각하다. 아파트 분양열풍에 기대어 건설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거품' 우려를 낳고 있고, 우리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설비투자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 설비투자 위축 심각…작년 4분기 반등 여부 주목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4.2%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4.5% 감소한 이후 3분기 연속 내리막이다(그래프 참고).
지난해 10월 4.2% 감소한 이후 11월 들어 10.2% 증가하며 반등했지만 4분기 전체 투자가 반등할 지는 미지수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질적인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건설투자가 2015년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를 보이며 침체된 내수경기를 떠받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고 10월과 11월에는 각각 17.8%와 25.9%나 급증하며 오히려 '거품'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미국 금리인상 및 정책기조 변화 등은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요인이나 국내 기계 수주, 수입 증가, 제조업 평균가동률 상승 등은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 청·장년 고용 더욱 악화…제조업 줄고 생계형 창업 늘어
고용도 평년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40대 이하의 고용은 오히려 악화됐고 고용의 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중 고용은 농림어업과 건설업 등이 개선되며 취업자가 전년동기대비 33만9000명 늘었다(그래프 참고).
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는 1만9000명 감소했고, 30대와 40대도 각각 2만6000명과 4만5000명 줄었다. 반면 50대는 11만3000명 늘었고 60대는 31만6000명이나 급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줄어든 반면 건설업이 11만명 늘었고, 자영업자가 약 14만명이나 증가했다. 결국 청·장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생계형 창업이나 노년층의 건설업 일용직이 늘어난 셈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해 고용정책 관련 "양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질적인 측면은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올해도 제조업 분야 고용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 소비 회복 버거운데 생활물가 '꿈틀'…상반기 악재 수두룩
소비와 물가지표도 우려되지는 마찬가지다.
소비심리를 대변하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 전년대비 3.2% 늘어나며 다소 회복했다. 0.2% 감소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됐던 10월 2.5% 증가한데 이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그래프 참고).
지난해 3분기 7.1% 감소했던 내구재 판매는 10월에 10.8% 반짝 증가했지만 11월 들어 다시 1.2%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고 12월 연말효과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가도 정부가 공공요금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장바구니로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심상치 않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자는 전년대비 1.3% 상승하며 연중 1% 내외의 안정적인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석유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료 인하, 농산물 상승폭 축소 등으로 11월보다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 물가가 전년대비 10% 이상 상승했고 AI 파동으로 계란값도 두 배 이상 치솟고 있다. 물가지표와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큰 괴리감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오지윤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고용 및 소비 회복은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올해 1분기나 상반기에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등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며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생활물가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민생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