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포레버-세실로즈 |
[뉴스핌=이현경 기자]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캔버스로 이루어지는 대구미술관 개인전은 시대와 지역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이야기꾼 또는 음유시인으로서의 작가 홍순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임근혜가 전한 말이다. 사회 정치적 쟁점들이 머금고 있는 주변풍경을 담는 작가, 홍순명의 개인전이 시민들과 마주할 기회를 잡았다.
대구미술관은 9월26일부터 2018년 1월7일까지 제17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2016년 수상) 홍순명의 '장및빛 인생 La Vie En Rose'展을 개최한다.
‘이인성 미술상’은 한국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대구출신 천재화가 이인성(1912-1950)의 작품세계와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 동시대 미술계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9년 대구시가 제정한 상이다.
지난해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한 홍순명은 확장된 개념의 회화작업을 아우르며 설치, 판화, 입체, 미디어 아트, 조각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오랫동안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이드 스케이프' '메모리 스케이프' '사소한 기념비' '장및빛 인생' 등 4가지 주제로 최근 10년간의 주요 연작 100점(3500 pieces)을 대규모로 소개한다.
장및빛 인생-4대강 남한강1 |
'사이드 스케이프'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 동안 집중해 온 연작이다. 작가는 온·오프라인에서 수집한 언론보도 사진을 재편집한 후 뉴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배제한 주변풍경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사건의 진실은 일반적으로 주목하는 대상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메모리 스케이프'는 각종 사고현장에서 수집한 오브제에 보도사진에서 추출한 이미지가 담긴 캔버스를 덧입혀 만든 조각과 회화가 결합한 작품이다. 이때 사용한 오브제는 사건 현장의 목격자이자 현장의 기억을 담은 기념물로 내부 오브제가 부식되어도 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로 여러 겹 이상의 캔버스 천을 겹겹이 쌓아 붙여 만든다.
'사소한 기념비' 시리즈는 세월호 사건 현장인 팽목항에서 수집한 사물들을 투명 랩으로 감은 오브제로 공기방울로 올라오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호흡과 투명하게 응집된 분노, 추모의 감정을 담아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304점(35cmX40cm)이 모여 하나의 대형작품(280cmX1520cm)을 이루는 '세월호 시리즈-건져진 세월호 외(2017)'를 처음 소개한다. 또한 25일 오후 5시 관람객과 함께 이 작품을 설치하는 개막식 퍼포먼스를 진행하여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한다.
'장및빛 인생' 시리즈는 사건 주변부뿐만 아니라 이면을 구성하는 광범위한 허위구조를 탐구하는 직업이다.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 수용소로 이송시킨 '아돌프 아이히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종사했던 영국의 대표적인 제국주의자 '세실로즈' '4대강' 등 어두운 실상의 단편들을 장및빛으로 슬프도록 화려하게 표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팽목. 2014년 4월25일 |
전시담당 김나현 큐레이터는 "동시대 사건들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홍순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가 지난 잠재성과 가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무심하게 지나쳐버린 우리의 주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관심을 가져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홍순명작가는 부산대학교 미술교육학과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필리핀 마비니 갤러리, 2014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2012년 사비나미술관, 2009년 쌈지 스페이스 등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Made in Seoul'(2016, 아베이에 생 앙드레 현대미술관, 프랑스), '플라스틱 신화'(2015,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광주), 'Tina B.현대미술페스티벌'(2012, 세인트 일리 도미니칸 대성당, 프라하), '국제 케이지 100 페스티벌'(2012, 아이젠반, 라이프찌히), '문화 유전자'(2008, 송장미술관, 베이징), '산타페국제비엔날레'(2008, SITE 산타페, 산타페), '부산국제비엔날레'(2008,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전업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대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