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만난 무가베, 사퇴 거부…"정권교체 6개월 걸릴 수도"
[뉴스핌=김성수 기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군부 쿠데타로 '30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몰락하자 시민들은 희망에 들떠 있다. 다만 기대와는 달리 갑작스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퇴하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무가베 <사진=블룸버그> |
짐바브웨 집권 '자누-PF 당'의 전직 수석 당원이었던 입보 만다자는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하라는 군부의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도 "무가베가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그가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카톨릭 신부는 무가베 대통령과 군부 사이에 의견 중재를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 측에서는 전날 무가베 대통령을 가택연금한 이후로 아무런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 또한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고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는 상태다.
반면 남아프리카 인접 국가들은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짐바브웨 군부에 "헌법을 존중하지 않은 정권교체로 혼란이 확산되지 않길 빈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 15개국의 지역 협력체인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역시 짐바브웨가 헌법에 위배되는 변화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 거부와 헌법에 위배되는 변화에 대한 저항 때문에 짐바브웨의 정권 교체가 몇 주에 걸쳐 연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남아프리카 기반 분석가인 피어스 피구(Piers Pigou)는 "짐바브웨에서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내년 초로 선거가 연기된 후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짐바브웨 시민들은 그러나 새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에 들떠 있는 모습이다.
무가베 독재 치하에서만 살아온 도널드 무타사 씨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며 "우리가 막 독립을 얻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무타사 씨는 "새로운 짐바브웨로 걸어 들어간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게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