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연결고리 끊어진 '한국경제'
평평한 운동장 만드는 공정위, 내년 가속화
갑을 관계 개혁·과징금 기준 2배 상향·손배소 도입
사인의 금지청구·전속고발제 등 법 집행 개편
자본시장 감시 강화…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직권조사 예고…기업 지배구조 개선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이 낙수효과의 톱다운(Top-down) 방식과 소득주도성장의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선순환 구조를 위한 ‘공정경제’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저성장·양극화 해결의 선결과제가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시장 진화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첫 발로 불공정위반 기업에 과징금을 2배 물리는 방안과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여부, 3배·10배 징벌적 손해배상제, 갑을(甲乙)관계 개혁 종합대책 등의 액션플랜이 본격화된다. 또 자본시장 내 불합리한 금융질서를 바로잡는 일과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2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불공정거래관행 개선과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 등이 담긴 ‘2018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는 행정수단인 과징금 부과기준율 상한을 2배 올리기로 했다. 그 동안 낮은 수준의 과징금 탓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오명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가 재발하는 등 악순환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 과징금 등 행정, 민·형사 처벌도 강화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상향할 경우 담합은 관련매출액·위반금액 등의 10%에서 20%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어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 시장지배적지위남용은 3%에서 6%로 부과기준율이 높아진다.
갑질 횡포가 만연한 가맹 분야의 경우는 공정위·지자체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등 조사권·처분권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지자체 조사권 부여 방안이 위임이나 공유로 이뤄질지 여부는 내년 초 가시화될 예정이다.
민사 수단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하도급법(부당대금결정·부당위탁취소·부당반품·부당감액·기술유용), 가맹사업법(허위과장정보제공·거래거절행위), 대리점법(구입강제·이익제공강요행위)의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에는 신규 도입된다. 현재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신규 도입 분야의 3배소와 기술탈취 등 기존 손배소 3배 적용범위에 10배를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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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사진=뉴스핌DB> |
또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침해행위 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도 도입한다. 해당 제도는 하도급법‧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대리점법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중대한 법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제재를 강화하는 형사 수단의 경우는 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상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다만 공정거래법에서의 전속고발제 개편은 검찰과의 협력 강화 등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도입 37년 만에 법 집행체계 개편 작업을 추진 중인 공정위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 집행체계 개선 TF 논의의 최종 보고서를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공정위는 법령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조속한 입법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집행체계 개선 TF 논의과제는 대부분 입법사항으로 이뤄졌다”며 “집행체계의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회 논의 및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 법안심사 때 과제별로 TF 논의 결과와 공정위 의견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본시장 감시·제재 강화…총수일가 남용 ‘꼼짝마’
아울러 정부는 금융위원회(자본시장조사단)를 중심으로 자본시장 내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속 조사와 제재 부과 영역을 확대한다. 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서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하는 등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두고 있다.
특히 대주주 전횡방지, 투자자 이익보호 등을 위해 제기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 도입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내년 국민연금이 우선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 도입도 이듬해인 2019년 계획 중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모든 연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관에 대해서는 적극적 주주권행사 부담 완화(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 후 적극적 주주활동 시 경영참여로 보지 않음) 및 일정요건 충족 때 감사인지정 신청을 허용(회사·주채권은행 외에 지분율 등 일정요건 충족하는 기관투자자도 감사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과 남용을 방지하는 법·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우선 공정위는 내부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기초로 일감몰아주기 직권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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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스핌DB> |
다만 기업 자발적인 시정을 유도한 만큼, 각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19일 자회사 간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간소화한 CJ그룹 사례가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겨냥된 태광그룹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태광그룹은 이달 26일 계열사 3곳을 합병하는 등 이호진 전 회장의 1000억원 규모 지분을 무상 증여한 바 있다.
이달 23일 공정위가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집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그룹의 행보도 주목할 부분이다. 500만주를 매도한 삼성SDI가 변경된 유권해석에 따라 404만주를 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현대자동차그룹(순환출자고리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재벌 구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각 그룹의 문제점은 그룹이 더 잘 안다. 문제가 뭐고 해결할 길을 다 알고 있다. 요체는 방법을 실행하는 결정이다. 그 결정을 빨리 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그 동안 국내 재벌의 순환출자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과 남용을 방지하는 등 내년은 권한과 책임이 일치된 기업 지배구조가 실현될 것”이라며 “자발적 시정유도와 순차적인 직권조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