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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에쿠우스' 전박찬·정휘 "1막 끝나면, 카타르시스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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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이윤청 수습기자] 배우는 대부분 연기와 실제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 '알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휘어잡던 것과 달리 유쾌한 아재개그를 툭툭 던지는 배우 전박찬, 신중하고 차분한 배우 정휘를 지난 16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국의 극작가 피터 쉐퍼(Peter Shaffer)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 '에쿠우스'가 한국 초연 43주년에 접어들었다. '에쿠우스'는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찔러 법정에 선 17세 소년 '알런'과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의 이야기를 담는다. 배우 전박찬과 정휘는 '알런' 역을 맡아 지난 1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옛날에 공연할 때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휘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있더라고요.(웃음)" (전박찬)

"작품이 좋고 워낙 유명하잖아요. 압도당하는 분위기에 많이 놀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제 팬들 같은 경우엔, '에쿠우스'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이때까지 했던 역할들과 달라 신선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더 열정적으로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죠." (정휘)

지난 2014년 '에쿠우스'에 알런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전박찬은, 4년 만에 다시 한 번 작품에 참여했다. 반면, 정휘는 이번에 새롭게 '에쿠우스'에 합류한데다, 두 번째 연극이다. 이미 한 번 했었기에, 혹은 처음이기에 두 사람은 다른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입시를 준비할 때 이 작품으로 했어요. 처음 읽고 아리송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작품 속 독백을 준비하면서 책도 읽고 분석하면서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망설임 없이 선택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어렵고 심적으로도 압박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전박)찬이 형이나 다른 선배님들이 너무 잘 풀어주신 것 같아요. 또 (오)승훈이와 동갑이라 심적인 안정도 됐죠.('알런' 역은 전박찬, 정휘, 오승훈까지 트리플 캐스팅이다.) 많이 연습하면서 제가 알런으로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에 대한 생각만 했어요." (정휘)

"저도 처음엔 똑같았어요. 굉장히 지난한 시간을 견뎠는데, 그걸 겪는 둘을 보니 대견하더라고요. 4년 만에 다시 하니까 생물학적으로 나이도 들었고, 몇 년 간 과격한 안무를 한 적이 없어 불안함도 있었죠. (정)휘와 (오)승훈이와 비교했을 때 욕 먹는 건 아닌가 부담도 있었어요.(웃음) 그래도 두 사람과 만나면서 그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가는 게 즐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도 치열했지만, 지금은 치열함고 즐거움이 공존하는 거죠." (전박찬)

극 중 '알런'은 말을 좋아하고 동경하다 아예 종교처럼 믿는 소년이다.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사회적 억압에 반해 뜨겁고 원시적인 열정과 욕망을 말을 통해 표출하는 인물. 결국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르기까지 관객들은 단 한 순간도 알런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알런은 17살이지만 또래가 경험하는 것들을 대부분 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순수하게 살아온 친구에요. 참 어렵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순수한 아이의 극단적인 말에 대한 신앙이랄까. 하지만 누구의 잘못을 탓할 수는 없잖아요. 작품 자체가 메시지를 준다기보다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극인 것 같아요. 답이 있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겠죠. 나도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여된 부분이 있고,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질문을 던지게 하죠. 끝나는 순간까지 어려울 것 같아요." (정휘)

"휘 공연을 본 관객의 후기를 봤는데 '유리알처럼 부서질 것 같은'이라는 표현을 썼더라고요. 정말 잘 보신 것 같아요.(웃음) 연습하면서 휘와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해석적인 면에서 부딪힌 적은 없어요. 보면 그냥 납득이 가요. 관객들이 보면서 저게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질문을 던지면 되는 거죠. 결국 이 작품은 누구도 다 안다고 할 수 없어요." (전박찬)

극에서 또다른 주인공은 바로 '말'이다. 무대에는 7명의 배우가 말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 중 '너제트'라는 말은 알런과 교감하는 남다른 존재. 배우들은 말의 어깨 위에 올라타며 매우 격렬한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1막이 끝날 때 알런이 말들과 함께 달리며 소리치는 장면은 가히 하이라이트라 부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처음에는 옷을 입고 있는데도 3주 정도 만지질 못했어요.(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분들도 배우고,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 받는게 너무 중요한데 제가 제대로 못하고 있더라고요. 시간을 들여 친해지고 마음이 열리면서 어느 순간 약속하지 않아도 둘의 호흡으로 교감이 됐어요. 말을 타는 건 항상 무서워요. 겁을 먹으면 제대로 안 되고, 의욕이 앞서면 다칠 수가 있어서 항상 걱정이 되죠. 그래도 만날 때마다 리허설을 해서 믿고 올라타요. 1막 마지막장면은 어느 날은 시원할 때도 있고, 어느 날은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해요. 함께 하는 친구들과 정말 최선을 다하고, 1막이 끝나면 다같이 어쩔 줄 모를 정도로 희열을 느끼죠.(웃음)" (전박찬)

"며칠 만에 공연을 하면 대사를 잊어버리지 않았나 불안하고 긴장이 돼요.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 들면서 1막 마지막 장면을 하는데 황홀하더라고요.(웃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 호흡도 좋고 환상적이었다고 할까? 뭔가 더 알런과 친해진 것 같았어요.(웃음) 첫공 때 넘어질 뻔했는데 말 형이 잡아줘서 일어났어요. 근데 그 이후론 긴장이 되서 더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형들이 '너는 가벼우니까 어떻게든 잡아줄테니 겁먹지 마라'고 했는데, 한 번에 다리가 잘 감겨지면서 올라타니까 기분이 너무 좋고, 그 이후론 또 계속 잘 타고 있어요.(웃음)" (정휘)

상식적으로 보면 '알런'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를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는 알런의 열정을 부러워한다. 두 배우 또한 무언가를 알런만큼 좋아하고 격렬하게 정열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알런처럼 한 개인이 무언가를 해보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알런도 종교적인 문제인데, 제 주변에 종교에 너무 빠져서 사회와 단절되는 모습을 보니 힘들겠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나름대로 불행한 삶이 아닌가 싶었어요. 종교든, 사랑이든, 일이든 항상 적당한 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휘)

"제게는 결국 연극인 것 같아요. 남 앞에서 한 마디도 못하는 내성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중2 때 처음 연극을 보고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엄격한 아버지, 교회다니는 신앙심 투철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어떻게 보면 '알런'과 비슷하기도 하죠. 억압된 생활이 연극을 통해 자유로워졌어요. 아직 연극에 미친 정도는 아니지만, 무대 위의 삶만큼 내 삶이 중요해졌어요. 물론 어른이 됐다고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돈이 없어도 재밌고 좋으니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감사한 거죠." (전박찬)

정휘는 2013년 뮤지컬로 데뷔한 후 주로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그러다 2016년 '팬텀싱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때 매체의 영향력을 느끼게 됐다. 2009년 데뷔한 전박찬은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마찬가지로 기회가 있다면 브라운관이나 스크린도 도전하고 싶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아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인데 왜 욕심이 없겠어요.(웃음) 배용준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고, 사람들과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거죠. 대하사극이 하고 싶어요. 일일극이나(웃음) 사실 매체 진출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연극 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허락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단역으로 한 번 나오기도 했어요. '마더'와 '위대한 유혹자'에서요." (전박찬)

"'팬텀싱어'로 짧게나마 매체 영향력을 느끼긴 했는데, 앞으로 배우로 더 해야할 일들이 많으니까 더 다양한 작품과 다른 매체에서도 활동을 하고 싶어요. 여기서 좀 더 탄탄하게 실력을 가다듬고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고.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공연을 잘 마무리 해야죠. 저도 효도하고 싶네요.(웃음)" (정휘)

'에쿠우스'는 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두 사람. 언젠가 '알런'이 아닌 '다이사트'로도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물론 '에쿠우스'만큼이나 좋은 작품으로 꾸준히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얼마 전에 '이방인'에서 함께 했었던 박상종 선배님이 오셨어요. 저보다 20살이 많은데 작품을 하면서 많이 싸웠거든요. 제가 무례할 정도로 대들기도 했고, 하지만 결국에는 좋은 친구가 됐어요. 그 분께서 공연을 보러 오셔서 끝나고 술 마시며 즐겁게 얘기했는데,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웃음) 계속 연극하닥 20년 더 지났을 때 지금 제 나이가 된 친구의 공연을 보며 술을 마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박찬)

"'에쿠우스'가 아니라면 이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작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좀 더 스펙트럼을 넓히게 된 극이에요. '에쿠우스'만큼 또 다른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와 딱 맞는 작품을 만나기 어려운 것 같은데, 확실한 건 '에쿠우스'는 저를 배우로서 성장시켜 준 작품이에요. 언젠가 다시 할 수 있다면, 느낌도 새로울 것 같고 작품에 더 애정이 생기고 생각할 것도 많아질 것 같아요." (정휘)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이윤청 수습기자(deepblu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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