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속보

더보기

[위기의 J노믹스] 제약·바이오 특성 파악 못한 정책…“따로 노는 부처”

기사입력 : 2018년06월06일 06:25

최종수정 : 2018년06월06일 06:25

황금알 낳는 의료 빅데이터…“현실에 뒤처진 규제”
신약 개발 R&D 비용 고려한 회계처리 기준 필요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제약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표명해왔다. 하지만 1년 후 관련 정부 부처들은 구심점 없이 중구난방이며, 가장 시급하게 규제 완화가 필요한 부문은 소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맞춤형 헬스케어와 혁신신약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제약·바이오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 당국, 의료 산업에 자금 투입… 규제 완화는 ‘미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제1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미래성장동력 특별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혁신성장동력 시행계획’의 심의를 확정했다.

정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차세대통신, 드론, 혁신신약, 맞춤형 헬스케어 등 13개 분야에 올해 약 1조3334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총 9조 230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13개 분야 중 맞춤형 헬스케어와 혁신신약 등 2개 분야에만 투자 금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4조4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됐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맞춤형 헬스케어 연구개발에 2조76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암 진단·치료법 개발과 함께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을 지원한다. 또 신규 수출 유망 의료기기 30개를 개발하고, 수출 10억달러 이상 의료기기를 7개(2017년)에서 2022년 12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혁신신약에는 1조5960억원을 투자해 신약 후보물질을 85개(2015년)에서 2022년 129개까지 늘리고,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액을 102억달러에서 130억달러까지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제약·바이오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계획까지 발표했지만, 정작 업계의 반응은 기대와 엇갈렸다. 과도한 규제환경 완화와 특성에 맞는 제도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약과 바이오, 의료기기, 병원 등 보건산업계는 4차산업혁명을 준비 중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딩컴퓨터 등 ICT 신기술의 의료분야 적용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그 중심에는 ‘의료 빅데이터’가 있다.

특히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의학’은 미래 헬스케어의 핵심이다. 기존의 경험과 평균에 의거한 치료가 아닌, 유전체 분석기술을 통해 환자별 맞춤 진료와 질병 예측이 가능한 기술이다.

일례로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가슴 절제 수술을 선택했다. 졸리의 어머니와 이모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졸리 역시 2013년 시행한 ‘유전자 빅데이터’ 검사에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87%에 육박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 빅데이터 쌓아두고 활용 못해… 법적 제도 확립 절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IT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 조치를 시행했으며, 빅데이터 활용 방안이 포함됐다. 개인정보를 복원할 수 없게 비식별화된 정보인 ‘익명가공정보’에 한해 본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미국은 신산업에 대해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사후규제’를 통해 빅데이터 활용을 지원 중이다. 정보 공개에 까다로운 유럽연합(EU)도 학술·통계 등 비영리 목적에 대해서는 동의 없이 정보 공유를 허가한다.

반면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은 규제의 덫에 가로막혀 뒤처진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민건강보험 덕분에 5000만명 전 국민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료 제공에 대한 법적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현행 보건의료기술진흥법은 공익적 목적에만 중앙 정부의 빅데이터 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의료업계는 ‘공익적’이란 단어가 모호하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공익적 연구라는 기준을 기관마다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안 부처는 “절대 주면 안 된다”고 막아서고, 연구하는 쪽은 “자료를 좀 더 달라”고 충돌한다.

그러나 결국 ‘공익적’이란 규제에 가로막혀 국공립의료기관, 정부 유관 부처 등을 제외하고 제약사, 학술 연구소, 민간 종합병원 등은 건보공단의 빅데이터 자료를 사실상 받아보기 힘들다.

자료사진 /이형석 기자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양질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도 현행 법령은 공익에 사용되는 경우에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책 연구 이외에 자료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보호와 활용 두 관점을 적절히 수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의료 빅데이터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예산 편성은 중구난방으로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신약 및 의료기기, 스마트헬스케어 개발 등을 이유로 각 부처별 예산을 편성 받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가 나서서 한 곳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R&D 비용, 회계처리 기준 불확실… 가이드라인 필요

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회계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자산화’ 여부에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R&D 비용 자산화는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투자 금액을 회사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신약개발은 6~7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며, 보통 수십 년이 소요된다. 특히 1%의 가능성을 보고 수백 번의 실패를 거쳐 탄생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기업들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 미래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해 R&D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R&D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기업자율에 맡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 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온 국내 일부 바이오기업의 관행을 문제 삼아 특별감리에 들어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달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들의 R&D 자산화 비율은 회사마다 달랐다. 회사의 전체 R&D비 중 1~30% 비율을 자산화 한다는 기업이 27.3%(약 7개), 31~50%인 기업이 22.7%(약6개), 51~100%인 기업은 13.6%(약4개)로 나타났다.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는 84%가 공감했다. 또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등 개발 분야별 회계기준이 필요하다는 데는 78%가 찬성했다.

R&D 단계별로 비용 자산화 적용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상1상을 개시할 경우 △임상3상을 개시할 경우 R&D비용을 자산화 하자는 응답이 각각 21.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임상 2상 개시가 17.4% △임상 2상 완료 8.7% △품목허가 완료 후 8.7% △임상3상 완료 4.3%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도 17.4%로 높았는데, ‘R&D 자산화 기준을 정하지 말고 기업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의견이 포함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바이오산업의 회계처리는 일률적인 기준보다는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ri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공천개입 의혹' 윤상현 의원, 김건희 특검 출석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7.27 mironj19@newspim.com   2025-07-27 09:41
사진
정부조직 개편 방식 '안갯속'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 발표가 오는 8월 13일로 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달 말 대국민보고를 할 계획이었지만 미뤄지면서 정부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방식은 안갯속이다. 26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위는 정부 조직 개편안 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막바지 정리 작업 중에 있다. 개편이 유력한 기획재정부와 검찰 조직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2025.07.22 gdlee@newspim.com 국정위는 당초 이달 중 대국민보고 등 주요 일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국정위의 법적 활동 기한은 60일로 오는 8월 14일까지 활동할 수 있다. 1회 한해 최장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국정위는 조기에 활동을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국정위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린 데는 정부의 첫 조직 개편인 만큼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산업자원통상부의 기후와 에너지 파트를 분리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의 반발도 나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 대통령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방미 일정이 잡힐 수 있다는 점도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진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기재부의 예산 분리 기능과 검찰청 폐지가 담길 것이 유력하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앞서 "기재부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것과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공약 방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조직 개편은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해 과거의 기획예산처를 되살리고 나머지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안 ▲예산처가 아니라 재무부를 신설하는 안 ▲기재부 내에서 기능을 조정하는 안 등이 거론돼 왔다. 이 방안들을 놓고 국정위는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정위는 초안 등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청 폐지 골자의 검찰 조직 개편안도 이번 조직 개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는 검찰 권력의 핵심인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신설해 여기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이곳으로 넘기기로 했다. 다만 수사권을 행안부 산하에 둘지 법무부 산하에 둘지를 두고는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 방안을 놓고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융위 해체 차원의 '금융위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조직 개편안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여당에서 기획재정부 내 국제금융 업무를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금융위 존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위 해체론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역시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ycy1486@newspim.com 2025-07-26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