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르포] 하루종일 폐지 주워도 7000원··· 노인은 끼니를 걸렀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폐지값 폭락에 생활은 어렵... 1kg에 40원 수준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70대 노인 김씨는 폐지로 가득 찬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이날 서울의 최고 기온은 31도. 가랑비가 내린데다, 최근 살인적인 더위는 잠시 가라앉아 찜통더위는 한풀 꺾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노인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손수레를 이끌고 거리로 나섰다고 했다. 손수레는 길이 약 2m에 폭 1.5m 크기다. 무게는 비었을 때 기준 60kg 정도다. 폐지가 가득 차면 100kg을 넘을 때도 있다.

비둘기가 길바닥에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를 해치우듯, 김씨는 시장 곳곳부터 인근 주택지의 폐지를 보이는 대로 수거했다. 손수레를 끄는 모습이 뒤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노인은 폐지를 가득 실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수거한 폐지 끌고 가는 노인. 2018.08.21. sunjay@newspim.com.

노인을 신경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김씨는 자연스럽게 가게에서 폐박스를 가져와 수레에 싣고, 말없이 떠난다. 간혹 같은 골목에서 동병상련의 노인을 만나도 그저 한 번 흘겨볼 뿐, 알은체하지 않는다. 

이따금 말을 거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요구르트 배달차를 끌던 한 중년여성은 "아저씨 연금 나오지 않아요? 그냥 편하게 살아요. 왜 이렇게 더운 날에 고생해"라고 말했다. 노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때도 있다. 차도를 넘나들면서 이동할 때가 대표적이다. 큰 손수레 탓에 인도에서는 이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차도를 이용한다. 차도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김씨가 답답했는지 한 차주는 경적을 '빵' 울리고 지나갔다. 

실제로 2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작년까지 폐지수집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의 수가 서울에서만 21명에 달한다.

손수레를 가득 채운 노인이 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폐기물 처리업체다. 이날 노인은 대림중앙시장에서 약 1.5km 떨어진 신대방역까지 가서야 손수레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폐지값을 받으러 돌아가는 길까지 계산한다면, 왕복 3km 정도를 걷는 셈이다. 

노인은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하루 세 차례 이러한 일을 반복한다. 약 10km 거리다. 이는 여의도역에서 서초역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수거한 폐지의 무게를 보는 노인. 2018.08.21. sunjay@newspim.com.

폐기물 처리업체에 따르면 폐지는 1kg당 40원이다. 비에 젖은 폐지는 상대적으로 무게가 더 나가는 탓에 값을 정할 때 일정 무게를 빼고 계산한다.

플라스틱은 폐지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알루미늄 캔은 가격이 꽤 세다. 알루미늄 캔 1kg을 가져가면 700원가량을 벌 수 있다. 단, 고철로 된 캔은 값어치가 떨어진다. 구리 역시 1kg에 5000원 정도로 비싼 축에 속한다.

폐기물 처리장에 모여든 노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김씨는 폐기물의 계통을 가리지 않고 수거하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값비싼 알루미늄과 구리만을 챙기는 노인들도 있다.

이들은 보통 손수레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한다. 구하기 어려운 만큼 꽤 먼 거리를 쏘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등은 폐지에 비해 가벼워 자전거로도 충분히 운반할 수 있다.

무게 계산 과정엔 빈틈이 없다. 바닥에 설치된 계근대(대형 저울)를 통해 가져온 손수레 무게를 재고, 빈 손수레 무게를 빼는 식이다. 무게는 업체 외벽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업체 관계자는 "누구든 고물을 가져오면 무게에 맞춰 값을 쳐주기 때문에 많은 노인들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오께 노인의 손수레는 110kg이 넘었고, 노인은 3000원가량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 2018.08.21. sunjay@newspim.com.

끼니때가 넘었지만, 김씨는 그저 막걸리를 마시면서 목만 축였다. 점심을 안 하냐고 물으니 "막걸리면 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폐지를 수거하는 또 다른 노인 최모(72)씨는 "폐지값이 형편없는 데다가 폐지를 줍는 사람도 많아졌다"면서 "돈을 벌려면 조금씩이라도 더 혹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번 돈을 쌀값이나 약값 등으로 쓴다고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폐지 수거 노인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기업이 늘었다. 영등포구는 올해 폐지수집 노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쿨스카프, 쿨토시 등 폭염 대비 물품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한 사회적 기업은 폐지 수거 손수레를 광고판으로 활용, 손수레를 끄는 노인과 광고 수익을 나누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소준철·서종건)에서는 "임금노동 시장과 공공근로 일자리에서 배제된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재활용품 수거노동"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의 개념이 붕괴되며 노인 보호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노인 부양의 주체가 어느 순간부터 자녀에서 국가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사회에서 배제되고 가족에게 외면받은 노인들은 여전히 끼니도 거른 채 폐지를 줍고 있다.

sunjay@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사진
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