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군사합의 관련 한미 간 미묘한 입장 차 드러나
정 "한미 공조에 균열 있는지 걱정을 담아 질문한 것"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폼페이오 장관이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강 장관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습니까"
밋밋하게 끝나는가 싶던 국정감사 첫 날 말미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적시타를 날렸다. 정 의원의 정보력과 순발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정 의원의 예기치 못한 질문에 강 장관은 "예, 맞습니다"라고 순순히 답했고 한미 공조에 어떤 균열도 없다고 일관되게 강조해 오던 우리 정부의 주장도 빛이 바랬다.
정 의원은 국감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국감장에선 위증 할 수 없으니 강 장관이 솔직하게 시인을 했다"며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걱정을 담아 질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군사 분야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 장관에게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출입기자들에게 즉각 문자 메시지를 보내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원의 추궁에 강 장관이 이를 인정하면서 외교부의 해명은 궁색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17일 우리 측으로부터 남북군사합의 사전 합의문안을 받아보고 강 장관에게 직접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이 이를 시인함에 따라, 남북군사합의를 두고 한미 간 미묘한 입장차가 확인된 셈이다.
정 의원은 "사전에 들은 얘기가 있어 확인하려는 차에 일본 언론 보도도 있고 해서 질문했다"며 "외교부는 한미 공조에 이상이 없다고 늘 주장하지만 미 국무장관이 우리 외교부장관에 따지듯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 자체가 한미 공조 균열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각국의 자세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며 "한미 간 물샐 틈 없는 공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도 대활약을 펼치며 강 장관을 궁지로 몰았다.
5·24 조치 해제 여부를 묻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강 장관이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자, 정 의원은 즉각 "5·24 조치 해제는 남은 제재 중 교역 중단, 신규 투자 중단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요구하는 ‘큰 선물’을 주겠다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오후 질의에서 강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물러섰고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칠어지자 결국 "말이 앞섰다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의원은 "5.24 조치 해제 문제를 강 장관이 답하는 것을 듣고 이건 아니다 싶어 바로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펀치 두 방에 강 장관은 '그로기' 상태에서 국감 첫날을 마쳤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