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헤어스프레이 세제 등이 간접 오염원 주장 제기
[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맑았던 중국 대기가 또다시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 성장이 위협받자 중국 당국이 환경보호 규정을 완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향수 헤어스프레이 등 일상생활 오염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베이징(北京)의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 농도가 223㎍/㎥까지 치솟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TO)의 권고 수준(10㎍/㎥)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이달 초만 해도 25㎍/㎥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당국의 조치가 요구되는 가운데, 중국의 미세먼지는 중공업 제조업 등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인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왕겅천(王庚辰)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원은 “향수 헤어스프레이 세제 청결제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가 초미세먼지를 만들어 낸다”며 “이 같은 간접 오염원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VOC가 직접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건 아니지만, 이로 인해 작용되는 화학반응이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스아이쥔(石愛軍) 베이징 환경과학연구원 부원장도 “VOC가 함유된 생활용품, 특히 향수 헤어스프레이 방향제 살충제 청결제 등 에어로졸(Aerosol) 제품으로 대기오염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당 및 일반가정 부엌에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반응으로 대기오염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5월 환경보호국은 ‘과학기술 보고서’를 통해 “베이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의 12%가 일상생활에서 나온다”며 “공업으로 인한 오염과 같은 수치”라고 밝혔다.
왕수샤오(王書肖) 칭화(清華)대학교 환경학 교수는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 철강 등 공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오해”라며 “공업 일상생활 석탄 등이 대기오염에 영향을 주는 범위는 거의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를 후순위로 미룬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펑황왕(鳳凰網)은 “미세먼지 감축 목표치 하향과 함께 베이징 등 수도권에 스모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 금융적 타격을 받자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보호 규정을 완화한 것”이라며 “경제성장을 환경보호보다 우선순위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이후 해당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초미세먼지 감축 목표치를 5%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석탄 등 오염원 활용을 제한해온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목표치를 다시금 낮춘 것이다.
본격 난방철을 앞둔 만큼 그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모그가 다시 돌아오자 애꿎은 생활 속 미세먼지 유발 물질을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미세먼지 대기오염 등 방지를 위한 일련의 대책을 펼쳐왔다. 2015년 당국이 독일 일본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진정한 제조강국을 이루는 게 목표인 ‘중국제조(中國制作) 2025’를 주요 전략으로 내걸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 것이다.
환경보호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의 PM2.5 농도는 지난 2013년 89㎍/㎥에서 58㎍/㎥로 약 35% 감소했다. 공장 이전 의혹이 제기됐던 산둥(山東)성 지역의 오염도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leem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