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노동조합 "투기자본 KCGI, 다른 꼼수 있어"
직원연대·조종사노조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해야"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외부 압박이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둘로 나뉘고 있다.
일부는 조 회장을 압박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을 투기자본이라 정의, 이들의 제안에 '다른 꼼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직원들은 "조 회장 일가는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며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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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 DB] |
25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들은 KCGI와 국민연금 등이 연일 조 회장 일가를 코너로 몰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에는 총 4개의 노동조합이 있는데 각자의 입장이나 의견이 다른 것이다.
일단 직원들은 그동안 한진 경영진의 행태에 문제가 있었단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KCGI나 국민연금 등 그룹 경영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입장이나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일반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최근 공개적으로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선 KCGI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자본 논리를 앞세우는 외부 투기자본"이라며 "회사를 위하는 척 하며 노동자를 궁지로 모는 자본의 전형적 행태"라고 일갈하고 나섰다.
이들은 24일 입장자료를 내고 "KCGI는 자기들의 이익에 맞춰 우리 회사를 곧 망할 회사로 호도하고 구태의연한 제안들로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지난 2009년 파산했던 JAL에 빗대 불안감을 확산하는 그 저의에는 반드시 속 다른 꼼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경영진에 "이 상황의 심각성을 뼛속 깊이 통감하고 노조와 직원들이 무엇을 말하는 지 귀 기울여야 한다"며 "치욕적인 지금 이 순간 통렬히 반성하고 진정한 변화와 새로운 50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 퇴진이 아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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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 [사진=뉴스핌DB] |
반면 다른 직원들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11.56%)이자 한진칼의 3대 주주(7.34%)인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와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지난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을 찾아 "각종 갑질 및 불·편법 행위를 자행한 조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 경영자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날 이들은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한진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할 대표 기업으로 지적돼 왔다"며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땅콩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오는 3월 조양호 회장과 사외이사 1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 두 분 정도는 정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연금 제도 안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휘해 강제적으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KCGI와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개입을 하겠다고 발표한 뒤 대한항공 주가가 상승했다"며 "오만하고 전근대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경영진이 물러났을 때 오히려 대한항공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