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두 차례 실패로 시장 평판 저하..섣불리 매각 어려울 것"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부영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전체 4400억원 규모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부영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수 협상을 벌이던 이지스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줄지어 인수를 포기한 데 따라 다른 매수자를 찾을 가능성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28일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부영그룹이 부영을지빌딩을 되파는 작업이 수년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부영을지빌딩 매각이 두 번이나 무산됐기 때문에 시장에서 해당 거래에 대한 평판이 안 좋아졌을 것"이라며 "부영그룹이 이 건물을 팔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영을지빌딩 [사진=부영] |
부영을지빌딩은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3㎡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이 건물은 삼성화재 본사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부영주택이 지난 2017년 초 4380억원에 매입했다. 단위면적당 가격은 3.3㎡당 2650만원으로 당시 국내 오피스 매각가격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부영은 지난해 5월부터 이 빌딩을 되파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됐지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서 거래가 무산됐다.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KB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은 모두 이 건물을 매입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을지부영 건물 인수 건과 관계가 없다"며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 역시 "을지부영 건물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KB자산운용 측 양해를 얻어 작년 12월 부영그룹과 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 또한 성사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매각 주관사인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에스원 측에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
부동산업계에서는 부영을지빌딩이 팔리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이지스자산운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매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도 (자금조달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어보여 작년부터 거래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영그룹은 당분간 이 건물을 팔기 어려울 것"이라며 "되팔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부영이 애초에 건물을 너무 비싸게 샀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영이 손해를 봐서라도 이 건물을 팔려 한다 해도 이미 시장에서 해당 거래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을 것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부영이 건물을 매입한 가격이 3.3㎡당 2650만원이었다"며 "당시 다른 거래사례와 비교하면 3.3㎡당 50만원을 더 지불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영이 재무상태가 정말 안 좋다면 손해를 봐서라도 건물을 팔려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매각에 실패해 시장에서 평판이 안 좋아졌을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매각을 다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