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과세 근거 없어 실효성 ↓... '메릴린치' 못잡는다
과거 '외국인 대주주 양도소득세' 논란과 같은 꼴
'단타거래' 금지하는 시장 전무.. 자금 줄이탈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최근 증권거래세 인하와 더불어 투기성 단타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증권거래세가 줄어들면서 '단타매매'가 늘 것을 우려, 하루에 몇 번씩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데이트레이딩 매매에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30%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양도세를 부과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제3정조위원장은 "증권거래세를 폐지 혹은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 실무TF를 구성했다"고 밝히면서 "거래세 인하로 투기성 단타가 늘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징벌적 과세(양도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매각대금의 0.3%를 거래세로 납부한다. 거래인의 국적과 상관없이 국내 상장된 주권을 거래하는 경우 모두 낸다. 반면 양도소득세는 거래세와 달리 국내 대주주등에게만 부과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각지대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과세 논란이 점화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 근거가 없어 답보 상태다. 글로벌 스탠다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거주지국 과세 원칙에 따라서다. 현재 글로벌 조세 협약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자신이 속한 국가에 양도소득세를 낸다. 국내 투자자 역시 미국이나 홍콩 등 외국 주식 투자로 얻은 수익에 대해 우리나라에만 세금을 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세법상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나라는 조세피난처 뿐이다. 결국 금융투자사가 일일히 수익자 리스트를 파악해서 누가 소득을 가져가는지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 원천징수해 납부하라는 얘긴데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금투업계에서는 단타거래에 대한 징벌적 과세도 결국 이같은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거주지국 과세 원칙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에게 과세할 근거가 없을 뿐더러 장기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단기거래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의 흐름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단기(단타)거래에 대해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제 혜택을 주면서 장기거래를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실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양도소득에 대해서도 종합과세만 한다. 1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면세범위가 커져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영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장기투자를 장려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준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대만의 경우 데이트레이딩에 대해 거래세를 오히려 깎아준다고도 덧붙였다. 단타 매매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단타매매로 인한 시장 혼란이 야기된다는 지적이 당초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비롯된 것을 미루어보면 실제 과세 효과도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홍콩 메릴린치를 비롯 몇몇 외국계 증권사가 잦은 단타매매를 거듭하면서 실시간 매도·매수상위를 다수 차지, '시세조종' 의혹까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가격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기계적으로 주문이 나가도록 로직이 짜여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같은 차익거래는 전세계 시장에서 흔한 것으로 코스닥의 경우 유동성이 적은 종목들이 많아 금방 티가 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투자인지 투기인지 차이를 가르기도 어렵고 징벌적 과세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제외된다면 결국 또다른 이중과세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서로 짜고 거래하는 통정매매나 내부자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등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거래를 바로잡아야지 어느 나라에서도 단타매매라고 해서 처벌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