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정 이행 감축 결정 담긴 서한 당사국에 전달 예정
국영 IRIB "美 탈퇴 대응해 핵 프로그램 일부 재개"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이란의 핵 햅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JCPOA에서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의 국영방송을 인용해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핵 협정의 일부 "자발적인" 약속을 줄일 것이지만 협정을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란의 향후 행동은 (핵 협정) 범위 내에서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며,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이를 탈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연합(EU)과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압박에 저항할 힘이 없다. 그렇기에 이란은 자발적인 약속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JCPOA는 2015년 이란과 서방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이 체결한 협정으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대가로 국제 사회가 이란에 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JCPOA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지난 6일 이란의 국영방송 IRIB는 이란이 미국의 핵 햅정 탈퇴에 대응해 중단했던 핵 프로그램 일부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IRIB에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미국의 햅 협정 탈퇴와 의무 이행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나쁜 약속에 대응해 협정의 틀에서 중단했던 일부 핵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IRIB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8일 "작거나 일반적인" 합의사항 일부를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탈퇴를 선언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또 다른 국영언론 IRNA도 JCPOA 이행 감축 결정이 이날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의 대사들이 이란 외교부로 초청돼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듣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JCPOA 당사국 5개국의 지도자들에게 "이란은 지난 1년 동안 자제력을 발휘했지만, 다른 당사국들은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이란에게는 (JCPOA) 이행 수준을 줄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로하니 대통령 외에도 자리프 외무장관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 안보 고위대표에 서한을 보낸다.
비록 이란이 JCPOA 탈퇴설을 일축했지만, 협정 아래 중단됐던 핵 활동 일부를 재개할 것이라는 국영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7일 이란을 겨냥해 중동 지역에 B-52 폭격기를 대규모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중부군사령부 대변인 빌 어번 대위는 이란과 이란을 대리하는 군대가 지역(중동)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최근 명백한 징후"가 나오면서 B-52가 배치됐다고 밝혔다. 또 B-52가 항공모함과 함께 해당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의 관리는 로이터에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당초 예정됐던 독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회담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NPR에 따르면 이라크로 향하던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라크 방문은 이란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나는 이라크 지도부와 대화하러 바그다드로 가고 싶다. 미국이 이라크를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국가로서 지속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확신시키기 위해서다"라고 부연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연례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9.02.17. [사진=로이터 뉴스핌] |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