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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⑯] "마약으로 번 돈, 바람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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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 벌 수 있게 해주겠다" 지인 제안에 마약 운반책 맡아
곧 이어진 마약 투약으로 심각한 중독..자식은 동생에게 맡기고 방치
손 털기 전 마지막 한탕 노리다 경찰에 덜미 잡혀 구속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었다. 네 가족이 모여 살 수 있는 작은 아파트 한 채, 그거면 충분했다.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모아 아이들 키우는 소소한 바람. 그런 김경석(가명) 씨에게 거짓말처럼 일확천금의 기회가 찾아온다. 받아들여서는 안 될 제안이었다.

“마약 유통책을 맡아볼 생각 없느냐”는 지인의 제안. 언감생심 욕심내서는 안 될 돈이었지만 유혹은 매력적이었고 가족을 위한다는 자기합리화의 이유도 충분했다. 평범했던 가장은 그렇게 걸어서는 안 될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에게 마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김 씨의 비극은 아내의 죽음에서 시작됐다. 과거 아내의 수수한 모습에 반해 사랑을 시작했고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당연한 수순처럼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의 부족함은 가려줬고 장점은 키워주는 현명한 아내였다. 김 씨는 결혼 후 자신과 자식들 뒷바라지만 한 아내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갑자스런 사고는 그런 아내와 김 씨의 행복 모두 앗아갔다. 함께 꿈꿨던 미래는 사라졌고 남은 건 상실감과 절망뿐이었다. 삶의 동력을 잃은 김 씨는 19년 동안 다녔던 회사도 그만뒀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동료들의 위로와 만류도 소용없었다. 김 씨의 삶을 지탱해 주는 마지막 이유는 그에게 남은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아이들마저 여동생에게 맡긴 후 술에만 의지하며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런 김 씨에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큰 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방황을 끝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직후였다. 지인의 제안은 달콤했고 거부하기 힘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듣지도 않은 채 지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훗날 김 씨는 이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해야만 했다.

중국에서 의류사업을 하던 지인은 김 씨이게 일체의 경비를 대줄 테니 중국으로 놀라오라고 했다. 사별의 아픔도 잊고 새 출발의 각오도 다지기 위해 김 씨는 선뜻 중국으로 넘어갔다. 오랜만에 만난 김 씨와 지인은 술자리에서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회포를 풀었다.

거하게 술에 취할 때쯤, 지인이 불쑥 말을 꺼냈다. “필로폰 한 번 해볼래?” 마약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던 김 씨는 “기분이 좋아진다”는 지인의 말에 자신의 팔뚝을 내밀었다.

다음날 지인은 김 씨에게 중국에서 괌으로 ‘작은 물건’ 하나만 배달하면 큰돈을 쥐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액수는 김 씨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김 씨는 작은 물건 속에 들어있는 것이 마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큰돈이 쥐어지는 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직업도 없이 전전긍긍하는 자신의 모습, 아빠만 기다리고 있는 어린 자식들을 핑계로 김 씨는 자신을 납득시켰다.

마약은 김 씨가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그의 심신을 잠식했다. 김 씨는 마약 배달책이었지만 동시에 마약 중독자가 됐다. 그는 자신의 뼈가 마약 가루로 이뤄져 있는 것 같다고 자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마약 운반으로 번 돈은 모조리 마약구매와 유흥에 탕진했다. 자식들을 키워주고 있는 여동생에게는 한 푼도 보내지 않았다. 김 씨는 이런 황제 같은 생활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마약은 곧 김 씨에게 대가를 요구했다. 김 씨는 약 기운이 떨어지면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져 극도의 우울과 불안증세를 보였다. 김 씨는 점점 초췌해졌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다가 갑자기 폭식하거나 사흘간 뜬눈으로 지새우다 이틀을 내리 쓰러져 자는 생활이 반복됐다. 그의 팔뚝은 필로폰 주사기를 찔러넣은 흔적들로 파란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김 씨에게는 여전히 죄의식이 없었다. 김 씨의 아들들은 가끔 한국에 오는 아버지를 만나면 반가워하면서도, 동시에 초췌하고 창백한 모습의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정확히 왜 그런 모습이었는지는 몰랐지만, 눈빛에는 늘 걱정이 묻어났다. 오빠의 마약 투약을 어렴풋이 눈치챈 동생은 아이들을 앞세워 김 씨에게 한국에 정착할 것을 권유했다. 여동생은 김 씨에게 “이제 아이들 옆에는 아빠가 필요할 나이”라고 설득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김 씨가 단약(마약을 끊는 일)을 시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필로폰의 금단증상은 김 씨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몇 주, 몇 달이 지나도 계속되는 극심한 불안증세를 달래기 위해 다시 마약에 손대는 일이 반복됐다. 김 씨는 “죽지 않는 이상 마약은 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약을 운반하고 또 투약하는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김 씨는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때 김 씨는 마약 운반책의 생활을 정리하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 해치우고 돈을 챙기려던 김 씨는 경찰에 덜미가 잡혀 구속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가 아닌 차가운 철창 속에서 수인의 신세가 된 김 씨는 후회했다. 또 더 빨리 마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김 씨는 교도소에서 마약의 씁쓸한 뒷맛을 보기도 했다. 교도소는 마약사범들을 별도의 구역에 격리해 놓았는데, 이들은 여기서 서로에게 마약범죄를 가르치고 배우고 또 모의했다. 김 씨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약사범의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진저리쳤다. 결국 김 씨는 교도소 측에 마약사범 수용 구역이 아닌 일반수들과 함께 수용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교도소 측은 김 씨와의 상담을 거쳐 김 씨를 일반수들과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해줬다.

김 씨는 마약사범을 바라보는 일반수들의 시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경멸과 조롱의 시선. 죄를 지은 건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일반수들은 유독 마약사범에게만 차가운 눈길을 보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이름 대신 ‘뽕쟁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렸다. 하지만 오히려 일반수들의 조롱과 괄시는 김 씨의 단약 의지를 더 굳건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김 씨가 마약에서 벗어나려 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족’이었다. 아내와의 사별을 이유로, 또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곁을 떠난 아빠를 그리워만 한 아들들. 아내가 세상을 떠날 때만 해도 고작 젖먹이에 불과했던 아들들. 김 씨는 철창 속에서 아들이 보낸 편지를 보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들은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편지에 “아빠가 어디에 있든, 언제 오시든, 전 언제나 아빠를 기다리고 사랑해요”라고 마음을 담았다. 김 씨는 부모 없이 자랐지만 엇나가지고 않고 커준 아이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했다.

가족들이 처음부터 김 씨에게 사랑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한없이 추락하는 김 씨의 모습에 고통받은 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마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기를 각오한 김 씨를 보고 가족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고 믿음과 사랑을 보냈다. 단약은 중독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해야 하는 싸움을 알게 된 것도 큰 이유였다.

복역 중이던 김 씨는 과거 자신에게 마약 배달을 처음 제안했던 지인의 소식을 들었다. 그는 마약 유통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마약에 엄격한 중국 정서상 사형을 면한 것만 해도 다행이었지만, 감옥에서 꼼짝없이 15년을 보내야 했다.

김 씨는 철창 속에 갇힌 자신과 지인을 통해 마약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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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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