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춤의 여왕에서 '번더플로어'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쇼 측면에 전문댄스 강조…장르 융합·다양한 음악 접목
조지아 프리먼 "원하는 것 모두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컴퍼니"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저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댄서였음에도 좋은 기회로 연출까지 할 수 있게 됐죠. 예전엔 춤추면서 행복했다면, 지금은 무대 위 댄서들을 통해 행복을 느껴요."
댄스 뮤지컬 '번더플로어(Burn the floor)'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 피타 로비가 2012년에 이어 7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1980~1990년대 세계 라틴댄스와 볼룸댄스 챔피언을 지낸 피타 로비가 보여주는 쇼는 어떨까.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의 곁에는 지난달 호주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16'에서 우승을 차지한 댄서 조지아 프리먼이 함께 했다.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안무감독 겸 예술가 피타 로비 [사진=번더플로어코리아] |
'번더플로어'는 볼룸댄스(스포츠 요소가 가미된 사교 댄스, 2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추는 춤)와 라틴댄스(라틴 아메리카, 스페인, 프랑스, 미국에서 발생한 댄스가 접목된 댄스)를 기본으로 14명의 댄서가 등장해 다양한 댄스스포츠 무대를 선보인다. 살사, 탱고, 자이브, 왈츠, 퀵스텝, 삼바 등 매우 풍성하게 꾸며진다.
"완전 새로운 공연이에요. 많은 것들이 변했죠. 한국 관객들은 기본적인 기대치가 있어요. 예전에는 쇼적인 부분에 많이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전문적인 댄스들이 더 많이 보여지는 형태로 만들었어요. 볼룸댄스의 전통적인 부분에 모던함을 추가했어요."
이와 관련해 조지아 프리먼은 "공연이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결국은 부부, 형제, 자매 등 인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볼룸댄스를 남녀 2명이 추는 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춤들로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라운드 인터뷰 현장 [사진=번더플로어코리아] |
여기에 현대적 감각의 다양한 음악을 접목해 한층 세련된 무대를 선보인다. 기존의 볼룸댄스 음악, 라틴 음악과 더불어 마이클 잭슨의 '스무드 크리미널(Smooth Criminal)', 샤키라의 '힙스 돈 라이(Hips don't lie)', 본조비의 '할렐루야(Hallelujah), 리한나의 '돈 스탑 더 뮤직(Don't stop the music)' 등 대중적인 넘버가 추가됐다.
"볼룸댄스 컴퍼니로서 선택할 수 있는 장르의 춤은 10개 정도로 한정적이에요. 연출을 하면서 결국 마지막에 작품을 완성하는 건 음악이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가 탄생해요. 이번 공연에는 오케스트라가 가미된 음악들이 많아요. 또 감성적인 음악들을 고르고자 했죠. 세계적으로 아는 노래, 한국 관객도 잘 알 수 있는 음악으로 고르려 노력했어요."
'번더플로어'는 1999년 초연돼 올해로 벌써 20년째다. 피타 로비는 오랜 시간 전 세계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볼룸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번더플로어'도 영향을 준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처음에는 볼룸댄스를 일반인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 '번더플로어'를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볼룸댄스 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추는 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TV나 동호회, SNS 등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아졌어요. 지난 20년간 공연된 '번더플로어'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목표가 이뤄졌기 때문에 굉장히 기분이 좋고 영광스럽죠."
댄스 뮤지컬 '번더플로어' 예술감독 겸 안무가 피타 로비 [사진=번더플로어코리아] |
피타 로비는 볼룸댄스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번더플로어'임을 강조했다. 유행이 돌고 도는 만큼 볼룸댄스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이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댄스 자체는 굉장히 전통적이지만 미래지향적으로 춤과 스토리를 개발하는 거죠. 마치 유행처럼 춤의 장르도 돌고 돌아요. 이제는 어린 친구들도 볼룸댄스를 배우고 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발전하고 있죠. 제가 볼룸댄스를 춘지 46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기초를 연습하고 있어요. 기초가 쌓이고 쌓여 새로운 춤이 탄생합니다. 그래서 기초, 기본이 정말 중요해요. 저는 지금까지도 매일 전통적인 방법으로 몸을 푸는데, 이 시간이 가장 살아있는 순간처럼 느껴져요."
피타 로비와 함께 하는 댄서들은 전설적인 춤의 여왕인 그가 직접 안무와 연출을 하는 '번더플로어'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특히 19세 때부터 컴퍼니와 함께해온 조지아 프리먼은 "원하는 춤,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대회에 나가면 항상 남녀 커플로만 춤을 추는데 '번더플로어'에서는 다같이 군무하고, 또 여러 조합으로 춤출 수 있어 좋다. 계속 공연하면서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스스로 실력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댄스 뮤지컬 '번더플로어' 댄서 조지아 프리먼 [사진=번더플로어코리아] |
볼룸댄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피타 로비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열정'이다. 그는 열정 가득한 댄서들이 '번더플로어'를 통해 더 좋은 댄서로 성장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열정이에요. 댄스 실력도 그렇지만 열정이 가장 중요하죠. 댄서들이 가진 열정이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굉장히 힘든 작업이에요. 그래서 댄서들이 이 컴퍼니를 나갔을 때 저보다 더 좋은 댄서, 처음보다 더 나은 댄서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임하고 있답니다."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는 오는 25일과 26일 울산 현대예술관을 시작으로, 28일과 29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7월 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7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7월 20일부터 21일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