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국토교통부가 건축사 자격 시험을 현행 연 1회에서 2회로 늘릴 계획을 발표하자 현장 건축사들과 건축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건축사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건축사 시험 확대로 현장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이 시험에 집중하느라 업무를 등한시 할 수 있는데다 단기에 급증한 건축사로 인해 건축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내년부터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없는 4년제 이하 대학 건축(공)학과 졸업자들인 '건축사보'에 대한 구제조치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26일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교통부의 건축사 자격시험 연2회 확대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장 건축사무소 인력의 모임인 건축사회는 우선 건축사 자격시험이 확대되면 공무원 시험 준비생처럼 현장 건축 인력들이 시험에만 '올인'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건축사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생들은 시험 2~3개월 전 휴가를 낸 후 시험에 준비한다. 이런 현상이 1년에 두번씩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건축사회의 불만이다. 서울건축사회 소속 한 건축사 "건축사사무소는 대부분 소기업으로 지금도 인력수급 문제가 심각하다"며 "건축사시험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력수급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 국토부만 모르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또한 국토부의 주장과 달리 건축사 공급이 충분하다는 게 건축사회의 설명이다. 지난 2018년 7월 기준 건축사자격시험 합격자는 2만1977명이며 등록건축사는 2019년 5월 현재 1만5811명이다. 약 1000명을 사망자 등으로 가정해 제외하면 약 5166명(건축사등록자 대비 약 33%의 건축사자격증이 일명 장롱면허인 것으로 파악된다.
건축사자격 공급과잉에 따라 건축설계사무소 근로자들의 생활수준도 낮다고 건축사회는 설명했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월평균매출 200만원 미만인 건축사사무소는 2331개다. 이같은 현실을 알고 있는 건축학과 졸업생들은 건축사사무소 취직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 건축사 업무 대가의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러한 인력수급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건축사회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건축인증 대학원을 졸업하지 않고 4년제 대학교 이하 건축(공)학과만 졸업한 후 건축설계 현장에서 일하는 고경력 건축설계자 즉 건축사보에 대한 구제 방안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 건축사보는 내년부터 건축사 시험을 치를 수 없다. 결국 대학원 졸업자만 고속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또 건축사회는 국토부가 만드려는 '역량있는 건축사DB등록제'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역량있는 건축사'는 우리 정부나 외국 정부가 발주한 국내외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이 있는 건축사를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런 공모에 나설 여력이 있는 일부 대형 건축설계사무소 소장격만 해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건축은 전체 건축 발주의 3.4% 가량이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건축 설계사무소에서는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
서울시 건축사회 관계자는 "국토부의 이같은 조치는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들에겐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며 "또 건축사 공급과잉 여부는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해야하는데 국토부는 정확한 통계를 사용하지도 않고 건축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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