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평창 왕복 240㎞ 구간…80% 이상 고속도로로 구성
저속에서 디젤 특유 피로감…고속에서 매력 발산
[평창(강원)=뉴스핌] 전민준 기자 = 폭스바겐 아테온(2019년 형)을 처음 본 순간 솟아오르는 소유욕을 감출 수 없었다. 자칫 하면 촌스럽게 보일 수 있는 겨자 색을 고급스럽게 승화시키는 빼어난 디자인과 넓은 공간. 게다가 폭발적인 가속 성능까지. 이 세 가지는 새 차를 산 지 불과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기자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폭스바겐 아테온을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지난 달 24일 폭스바겐 아테온을 시승했다. 시승차는 차량의 주변 상황과 교통 상황을 360도로 볼 수 있는 기능(에어리어 뷰)이 추가된 2019년 형 아테온이다. 에어리어 뷰를 제외하고는 파워트레인, 디자인, 공간 모두 2018년형과 동일하다.
이날 시승코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출발해 강원도 평창군 운두령고개까지 왕복 240㎞였다. 전체 코스 가운데 국도가 20%, 나머지 80%는 고속도로로 구성돼 있는 구간이다.
차에 탑승하자마자 가장 먼저 에어리어 뷰 기능을 체험해 봤다. 180도 이상의 광각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 전체를 모두 포착하고 이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크린에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동승자는 기자의 아내였다. 주차 솜씨가 서툴고 좁은 공간을 빠져 나오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기자의 아내는 이 기능을 보고 “매우 편하다”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면, 후면, 측면, 혹은 조감도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풀-스크린이나 분할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아테온.[사진=전민준 기자] |
이 기능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주차하기 어려운 공간을 찾았다. 그러다 주차장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아자동차 모하비와 현대차 팰리세이드 가운데 빈 주차공간을 발견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아테온. 주차를 마치는 데 채 30초가 걸리지 않았는데 에어리어 뷰 기능이 없었다면, 이보다 시간은 더 소요됐을 것이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기 위해 광주원주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이른 아침 시간대였지만 전방 10㎞ 지점에서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교통정체가 매우 심했다. 아테온의 저속주행 시 승차감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속도를 20~30㎞/h를 유지하면서 주행했는데,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불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가솔린차에선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저속으로 20분 이상 주행하자 발끝이 저린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고속 주행을 시작하자, 아테온은 완전히 달라졌다.
AWD 구동계는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거친 토크를 네 바퀴에 전달한다. 저속에서부터 레드존 가까이 회전할 때까지 민첩하게 움직인다. 잘 정제된 터보 엔진은 어떤 회전에서 건 즉각적으로 묵직한 토크를 토한다. 동력 전달은 아주 직관적이어서 다루기 쉽다. 복잡한 도심과 고속 주행을 가리지 않고서 말이다.
스포츠 모드가 되면 좀 더 깊고 우렁찬 사운드를 들려준다. 오버런이 되면 팝콘 튀기는 소리까지 낸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실내에서 이를 알아채기 힘들다. 실내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에코 모드로 전환하면 감성을 포기하지 않는 수준까지 차분해진다. 억지로 힘을 뺀다는 느낌보다는 연료를 절약하고 있다는 정도만 넌지시 알리는 것 같다.
아테온.[사진=전민준 기자] |
뒷좌석을 타고 내리는 승강성은 전보다 나아졌다. 레그룸도 평균키의 성인이 타기에 충분하다. 대신, 헤드룸은 디자인을 위해서 양보한 느낌이다. 뒷좌석용 송풍구가 센터 콘솔 뒤에 마련되어 있고 그 아래에 230V와 12V, USB 포트도 배치해 쓰임새를 극대화했다.
트렁크는 특별히 바닥이 낮진 않지만 깊고 넓다. 리프트 백 형태의 긴 테일 게이트 덕분에 큰 물건을 쉽게 내리거나 실을 수 있다.
1박 2일간 시승을 마치고 아테온을 떠나보냈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지만 늘 헤어질 때마다 아쉽다. 잘 달리고 예쁜 차를 찾는 가족들에게 아테온은 최고의 차라고 말할 수 있다.
minjun84@newspim.com